"몸 아픈데 일시켜" 분풀이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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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부산 금정경찰서 중회의실에서 정용환 금정경찰서장이 범어사 천왕문 화재 피의자 검거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천년고찰인 부산 금정구 범어사 천왕문 방화사건(부산일보 2010년 12월 16일자 1면 보도)의 40대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해 12월 15일 범어사 천왕문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 등)로 청련암 처사 이 모(43)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범어사 천왕문 화재 용의자 40대 암자 처사 검거
스님들에 불만 품다 임야 태우고 사찰 북도 훼손


이 씨는 15일 경찰 조사 중 범행을 시인해 긴급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경찰 수사 초반에는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이 CCTV 분석 자료와 통화내역 자료를 내세우자 범행을 시인했다.

금정경찰서 수사본부장 정용환 서장은 "CCTV 비교자료와 지난달 7일, 10일, 12일 이 씨가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날씨를 확인했다는 통화내역 조사를 토대로 추궁하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며 "공모관계는 확인된 바 없고 단독범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련암에서 자판기를 관리하던 이 씨는 개인적인 불만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허리, 위 등 몸이 아픈데도 지난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강원도 홍천의 사찰 건설현장에서 일을 해 병이 악화됐다며 스님들에 대해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또 경찰 조사에서 "범어사 보제루 해체, 복원 공사를 하면 누군가 절을 떠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떠나야 할 것 같아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천왕문 방화 이전에도 범어사가 소유한 임야에 불을 지르고 법고(북)를 훼손하는 등 자신의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지난달 9일 오후 8시 15분 내원암 뒤 3부 능선에 올라가 신문지에 불을 붙여 참나무 등 0.3ha를 태우고 다음날 오후 8시 10분 청련암 뒤 장군봉 9부 능선 지점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불을 질러 0.5ha를 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4일에는 3천만 원 상당의 법고 양면을 칼로 찢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자 이 씨는 천왕문에 불을 지르기 1주일 전부터 사전답사를 하면서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당일인 지난달 15일 오후 2시께에는 금정구 남산동 모 페인트 판매점에서 시너 4통을 구입한 뒤 청련암 입구 컨테이너 뒤편에 숨겨놓았다. 이날 오후 9시 33분 이 씨는 천왕문으로 가 시너를 천왕문 바닥과 사천왕상 등에 뿌리고 방화한 후 달아났다.

한편 지난달 15일 범어사 천왕문 화재로 천왕문과 천왕문 안에 있던 사천왕상 등이 불에 타 10억여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성화선 기자 s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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