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뺨맞은 북극, 한반도에 찬공기 투하 '화풀이'

2011. 2. 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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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바다얼음 면적 평년보다 9% 감소

1월기온 10도↑… 한반도 영하 4.4도 기록

태양복사에너지 반사율 줄어 온난화 가속

올겨울 북극의 날씨는 가장 따뜻했던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극의 바다얼음이 겨울 면적으로는 가장 작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북극의 이상결빙은 겨울 한파와 지구온난화 등 상반된 두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 겨울이 돼도 얼지 않는 북극

세계적인 극지·빙하 연구기관인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는 8일 "올해 1월 북극의 바다얼음 면적이 1355만㎢로 나타났다"며 "이는 1979년 인공위성 관측 이래 1월 면적으로는 가장 작은 규모"라고 밝혔다. 북극의 바다얼음은 지난해 12월에도 가장 작은 면적을 기록한 바 있다.

북극의 바다얼음은 보통 여름에 녹았다가 겨울에 언다. 겨울철 바다얼음은 북위 60~70도까지 남하하지만, 여름철에는 북극점을 중심으로 북극해만 결빙된다. 특히 매년 9월 바다얼음이 그해 최소치를 기록해 지구온난화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겨울철 바다얼음 면적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평균 1200만㎢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1월에도 최소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여태까지 1월 면적으로는 2006년의 1360만㎢가 가장 작았다. 올해 1월의 바다얼음 면적 1355만㎢는 1979~2000년의 평년값보다 127만㎢(9%)나 감소한 것이다.

특히 캐나다 북극권의 바다가 상당 부분 얼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다. 북극곰의 최대 번식지로 알려진 캐나다 허드슨만은 1월 중순까지도 얼음이 얼지 않는 기현상을 보였다. 국립설빙자료센터는 "보통 11월 말에 이미 얼어 있어야 할 곳"이라며 "래브라도 해협도 거의 얼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바다얼음이 없으면 북극곰이 걷지 못해 물범 등을 사냥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 중위도 이상한파 일으켜

한반도에서 북극권(북위 66도)까지 거리는 약 3000㎞.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북극은 한반도의 날씨를 좌지우지한다.

바다가 얼지 않으면 북극의 온도도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의 열기가 대기를 데우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북극의 온도는 평년값보다 6~10도, 1월은 2~6도 높았다. 국립설빙자료센터는 "이번 겨울 북극진동 지수가 강한 음의 값을 보인 것과 미국과 북유럽 등에서 발생한 폭설·한파는 따뜻한 북극과 관련이 깊다"고 밝혔다.

한반도도 지난해 12월24일부터 1월 말까지 한 달이 넘는 지독한 '크리스마스 한파'를 겪었다. 1월 전국 평균기온은 영하 4.4도로, 전국적인 기상 관측을 개시한 1973년 이후 세번째로 낮았다. 평균 최고기온(0.7도), 평균 최저기온(영하 9.3도)도 각각 첫번째, 세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낮 최고기온이 0도를 밑돈 날도 12.2일로 한 달의 3분의 1이 넘었다.

일반적으로 찬 공기는 따뜻한 공기보다 밀도가 높아 지표면 가까이에 머문다. 고위도 지방에선 밀도 높은 찬 공기가 소용돌이 바람(제트기류)을 일으키는데, 제트기류는 지구를 돌면서 차가운 공기를 북극에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바다가 얼지 않으면 대기가 냉각되지 않으면서 북극의 제트기류도 약해진다. 이렇게 되면 차가운 북극 공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흘러 내려온다. 최근 2년 동안 미국 동부와 유럽, 한반도 등 중위도 지역을 괴롭힌 겨울 한파는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의 영향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북극진동 지수'를 구한다. 고위도와 중위도 해면기압을 측정해 얻는 북극진동 지수는 이런 이상한파가 닥칠 때 강한 음의 값을 보인다. 김지영 기상청 연구관은 "지난겨울과 이번 겨울 북극진동 지수는 1950년 관측 이래 최저값을 보였다"며 "지난달 30일 양의 값으로 전환되면서 한파가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 지구온난화 가속화

북극의 바다얼음이 줄어들면 지구온난화는 가속화한다. 태양에서 지구에 와 닿는 복사에너지의 약 3분의 1은 하얀 설빙권(바다얼음·빙하 등 눈과 얼음으로 덮인 지역)에 반사돼 우주로 되돌아간다. 만약 설빙권이 없어 태양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되돌려보내지 않으면 지구는 열기를 머금은 불타는 행성이 될 것이다.

태양복사에너지의 반사율을 일컫는 '알베도율'은 최근 들어 낮아지고 있다. 하얀 바다, 곧 북극의 바다얼음 면적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북극 바다얼음은 여름철(9월) 최소 면적 기준으로 10년에 약 10%씩 줄어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플래너 교수 등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1월호에서 "현재 북반구의 빙하와 바다얼음 등이 줄어들면서 지구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30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79~2008년 북반구 설빙권에서 대기권으로 반사된 에너지의 양이 ㎡당 4.6~2.2와트인데, 이 기간에 설빙권의 냉각효과는 ㎡당 0.45와트 줄었다고 설명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삼한사온' 사라졌나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약반복 똑같지만체감기온 워낙 낮아 기온패턴 의미없어

매서운 한파가 지나가면 신문과 방송에서는 으레 '삼한사온'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일까?

맞는 말일 수도, 틀린 말일 수도 있다. 삼한사온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일반적으로 삼한사온은 사흘간 춥고 나흘간 따뜻한 겨울 날씨를 가리킨다.

매서운 한파가 닥친 지난 1월 기온은 어땠을까? 전국 평균기온의 일변화 그래프를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5일 동안 기온이 올랐다가 다시 3~5일 동안 기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의미에서 삼한사온은 지속됐다.

겨울에는 대륙의 시베리아 고기압이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한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해 한반도에 추위를 몰고 왔다가, 세력이 약해지면 기온이 오르면서 저기압이 한반도를 지나며 눈을 뿌린다. 이때 서해안과 경기·충청·호남 일대에 폭설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겨울에도 이런 전형적인 기상 패턴은 반복됐다. 지난해 12월30일의 △전주 9.5㎝ △서울 6.5㎝ 등 전국적인 폭설도 고기압이 약화되면서 내렸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몽골 북부의 산맥에서 찬 공기가 차면 이것이 넘쳐 남쪽으로 흐른다"며 "다시 빈 공간에 찬 공기가 찰 때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이런 주기적인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약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기온은 시베리아 고기압의 주기적인 강약과 다른 영역이다. 올해 겨울에는 북극의 온난화로 흘러내려온 찬 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지배하면서, 전체적으로 기온이 크게 오르지 못했다. 지난 1월 시베리아 고기압의 약화 기간에도 전국 평균기온은 단 한번도 평년값보다 높지 않았고, 서울의 경우 하루 내내 영하권에 머문 날이 31일 가운데 29일이나 됐다. 낮에도 포근함을 느끼지 못하기에 '삼한사온'이 없어졌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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