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010년 내가 뽑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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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31. 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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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40여 권의 책을 읽었고 그보다 조금 많은 수의 영화를 보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식처럼 나만의 베스트를 꼽아 본다. 이것들을 한해 두해 모으면 평생의 독서 지도, 영화보기 지도가 그려지지 않을까?

 

 

 2010년 내가 뽑은 책 

 

 

 

 <낙지네 개흙 잔치>

안학수 동시집, 창비, 2004

 

아이들과, 바닷가 생물들과, 자연에 대한 시인의 사랑스런 마음이 살아 숨쉬는 생생한 시어들로 전해져 읽는 내내 행복했던 동시집이다.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있다면 권태응 동시집 <감자꽃>과 함께 꼭 선물해주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블로그에 책소개글을 썼는데 안학수 시인이 우연히 읽어보고 방명록에 글을 남겨놓아서 더욱 반가왔다. 혹시나 싶어 검색해 보니 얼마전 <부슬비 내리던 장날>이라는 동시집을 새로 펴냈다. 얼른 사봐야겠다! 

 

자세한 책 소개는  http://j.mp/6SNzhz

 

 

 

<육몀심의 문인의 초상>

육명심 사진과 글,  열음사, 2007

 

사진작가 육명심이 찍은 시인과 소설가 71인의 인물사진을 모은 책. 사진들은 모두 1970년을 전후해서 찍은 것으로 30년이 훨씬 지나서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흑백사진으로 표현된 작가들의 모습은 경외롭다. 그들에게는 지금의 작가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지금의 시대가 잃어버리거나 내다버린 그 무엇이 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나 '문청'이라면 옆에 두고 가끔씩 들춰보면 좋은 책이다. 베스트 컷 한장을 뽑으라면 역시 고은!  궁금한 사람은 인터넷에서 직접 찾아보시길...

문인의 사진을 찍는 이런 작업은 국가가 재정지원을 해서라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소설, 김응교 옮김, 문학동네, 2010

 

재일(在日) 작가 양석일 소설. 태국을 무대로 한 아동성매매, 아동인신매매, 아동장기밀매의 현실이 끔찍하고 충격적이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싶은, 눈 감고 싶은 현실...

그 현실 앞에서 눈 감거나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시아평화인권연대' 등 인권단체의 문을 두드려도 좋겠다. 내가 보태는 작은 돈이 아시아 어린이들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한다니 고마운 일이다.

소설은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로는 소설이 전해주는 실상과 충격을 반의 반도 느낄 수 없다. 혹 영화를 본 사람이 있다면 꼭 소설을 읽어보길 권한다.

 

 

<김승옥 소설전집 1 - 단편소설>

김승옥 지음, 문학동네, 1995

 

김승옥의 단편소설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같다. 읽는 내내 1960년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예민한 감수성이 느껴졌다. 작가는 특히 도시의 삶을 사는 현대인의 감정을 짧은 소설 속에서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반짝이는 소설들이 모두 작가가 20대 초중반에 쓴 것들이라니! 김승옥 역시 일생을 통틀어 청춘이라 불리우는 시절 가장 훌륭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작가들 중 한 명 이었다. 참 흥미로운 일이다. 

단편소설에서 받은 감동을 지니고 <소설전집 2 - 중편소설>을 마저 읽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그 반짝반짝 빛나던 광채는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도, 감동도 없었다. 단편소설과 중편소설의 이같은 차이도 역시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김정한 소설선집-증보판>

김정한 지음, 창작과비평사, 1974

 

김승옥 소설에 연이어 읽은 <김정한 소설선집>은 여러모로 대비되면서도 역시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승옥의 소설이 60년대 도시인의 삶을 민감한 감수성으로 포착하고 있다면, 김정한의 소설은 낙동강 주변 농투사니들의 신산한 삶을 질박하게 담아내고 있다.

 

민중의 삶에 대한 생생한 형상화도 좋지만 감칠맛 나는 옛 말투와 표현들을 활자본으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참 좋다. 그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단어 하나하나 형광펜으로 칠해가며 인터넷 사전을 찾아 읽기도 했다. 

특히 소설의 배경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들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김정한 문학제에, 그리고 삼랑진 뒷기미나루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입니다>

김하경 에세이, 시대의창, 2010

 

인터넷 카페 '리얼리스트 100'의 게시판에 6개월 넘게 하루하루 연재된 글을 모은 책 <아침입니다>를 하루에 하나씩 92일 동안 읽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침 출근길에 차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쉬는 시간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글이 쓰여졌을 당시 사람들이 달은 댓글과 지은이의 답글을 읽었다. 책이 출판되면서 애초의 글에 댓글의 내용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도 볼 사람 없겠지만 내 느낌을 뒤늦은 댓글로 달기도 했다. 그렇게 한 동안 <아침입니다>를 읽는 것은 생활의 작은 활력소였다.

자세한 책 소개는  http://j.mp/fUKEsa

 

 

 

* <2009년 내가 뽑은 책> 보기 - http://j.mp/i4HqKN
* <2008년 내가 뽑은 책> 보기 - http://j.mp/7myf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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