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하이브리드앱을 아시나요

일반입력 :2010/12/27 16:42    수정: 2010/12/28 08:35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간 공통점이 줄고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비용이 증가 추세다. 때문에 올해 국내외 사업자들은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 이를 극복하기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즉 콘텐츠를 여러 모바일 플랫폼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웹 기반 구현방식과, 모바일 기기의 고유한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 방식을 절충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 내부에 자바스크립트, HTML, 스타일시트 등 웹 기술을 적용해 정보를 다루는 개발방식을 도입한 것을 하이브리드앱이라고 부른다. 하이브리드앱은 개발과 관리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타사 대비 경쟁력과 수익성을 보호하는 최적 타협점으로 주목받는 모양새다. 국내외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개발자들이 공개한 관련 개발툴을 소개하고, 최근 두드러진 하이브리드앱 개발 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찾았다.

■하이브리드앱 개발에 쓸 수 있는 툴

기본적으로 하이브리드앱은 웹기술을 통해 내부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카메라나 단말기 센서 조작 등 웹 기술이 지원하지 않는 기능만 단말기 전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쓴다. 그뒤 HTML와 CSS, 자바스크립트 API 코드로 구성된 프로그램 소스를 일반 앱처럼 단말기에서 실행되는 형태로 변환한다. 이를 '감싼다(패키징한다)'고 표현한다. 알맹이는 웹이지만 일반 앱처럼 포장한다는 뜻이다.

이런식으로 하이브리드앱을 개발할 때는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에 특화된 웹앱 개발 프레임워크가 쓰인다. 이런 웹기술 응용 프레임워크가 활발히 개발, 출시되고 있다.

터치스크린 단말기용 모바일 웹 개발 프레임워크로 '센차(Sencha) 터치', 'jQ터치' 등이 알려져 있다. 이를 감싸기 위한 툴로 유명한 것이 '폰갭(PhoneGap)'이다. 개발부터 패키징까지 할 수 있는 플랫폼 '앱셀러레이터 티타늄(Appcelerator Titanium)'도 있다. KTH 기술연구소의 디벨로퍼 에반젤리스트 권정혁 연구원은 이달초 하이브리드앱 개발툴 '갤리온(Galleon)'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센차터치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서 HTML5기반 모바일웹으로 앱을 만들 수 있는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다. 개발사 센차는 최근 무료로 쓸 수 있는 1.0버전을 공개했다. 오픈소스 라이선스 GNU GPL 버전 3과 유료앱 개발시 적용 가능한 상업용 라이선스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라이선스 기술이다.

jQ터치는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j쿼리(jQuery)와 함께 쓰는 터치 인터페이스 플러그인으로, 사용과 수정이 간편하다고 알려졌다. 모바일 브라우저 주소창과 메뉴를 가려 앱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주요 기능으로 별도 패키징툴을 함께 써야 한다.

이를 발전시킨 'j쿼리 모바일' 알파2 버전도 지난 12일 나왔다. j쿼리모바일은 j쿼리 1.4.4 버전 이상과 함께 쓴다. 아이폰,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블랙베리, 바다, 윈도폰7, 웹OS, 심비안, 미고 플랫폼까지 지원한다.

폰갭은 웹앱을 여러 스마트폰 플랫폼 일반 모바일 앱으로 감싸주는 오픈소스 플러그인 기술이다. 통합 개발 환경(IDE)이 없다. 아이폰 앱을 만들 경우 X코드(Xcode)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전용 지원 플랫폼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심비안, 팜 등이다. 운영체제(OS)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환경에서 지오로케이션, 진동, 가속도계, 소리, 단말기 주소록 API를 다룰 수 있다.

앱셀러레이터의 티타늄은 웹개발자들이 자바스크립트, CSS, HTML같은 웹기술과 루비, 파이썬같은 스크립트 언어를 사용해 아이폰, 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무료 버전과 전문 개발자용 유료 버전으로 제공된다.

온라인 IT미디어 매셔블은 지난 9월초 아이폰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는 티타늄 플랫폼으로 개발한 앱이 4천개 이상 등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스콧 슈워츠호프 앱셀러레이터 마케팅 부사장은 티타늄으로 개발한 앱이 달마다 1천개씩 출시돼 연말쯤이면 1만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알려진 갤리온은 루비온레일스와 비슷한 자바스크립트 기반 웹개발 프레임워크다. KTH 기술연구소에서 무료 공개를 목표로 개발중이며 주요 모바일 플랫폼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크롬 웹스토어와 윈도폰7 플랫폼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외 개발 사례

국내외 하이브리드앱 개발 사례는 알려진 것보다 더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정혁 연구원은 실제로는 직접 개발한 당사자가 아니면 하이브리드앱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앱 화면 전체에 웹사이트를 고스란히 불러오는 방식이 아니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앱개발사 바닐라브리즈가 만든 '디토의 일일 고전명곡(Ditto's Classical Pick of the Day)'은 날마다 유튜브에서 선정한 뮤직비디오와 그 창작자 관련 정보를 소개해 준다. 아이폰용 무료 앱이다.

원하는 상대에게 날짜를 예약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포스트캡슐'은 국내 개발자 강성희씨가 폰갭과 j쿼리를 사용해 만든 아이폰용 유료 하이브리드앱이다. 강성희씨는 지난 10월 이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에 (하이브리드앱 개발) 관련 자료가 없어 코드를 다듬은 뒤 오픈소스로 공개할까 생각중이라며 폰갭과 j쿼리로 개발하면 보통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폰갭으로 만든 또다른 하이브리드앱은 스케치용 앱 '하모니어스', 식사량 조절용 앱 '칼로리 칼큘레이터', 비즈니스용 사진 공유 앱 'X카메라' 등이 있다. X카메라는 단말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IBM 협업플랫폼 로터스 도미노의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용 하이브리드앱이다.

기업용 하이브리드앱 개발 사례는 티타늄 플랫폼 쪽에서 찾기 쉽다. 이베이는 티타늄으로 직원용 아이폰 앱 '이베이 코퍼레이트'를 개발해 직원들이 자사 뉴스와 임원들의 실시간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사내 전산망에 접속하거나 일정을 관리할 수도 있다. 미국 방송사 NBC유니버설은 코미디언 지미 펄론이 출연하는 심야 토크쇼 '레잇 나잇 위드 지미 펄론(LNJF)'을 동명의 하이브리드 앱으로 출시했다. 앱 안에서 방송영상과 사진을 보고 블로그 포스팅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한편 이용할 데이터가 수시로 바뀌는 검색서비스,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고객센터 앱들은 아예 앱 화면 대부분을 모바일웹에서 불러오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웹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을 더 확실히 알아차릴 수 있다. 예를 들면 '구글 모바일 앱'의 웹사이트 검색 화면이나 GS숍과 G마켓 등의 상품정보화면, KT의 '쇼고객센터', 지난 20일 나온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앱 등이다.

모바일웹표준 구축 및 컨설팅업체 유비즈밸리의 권성인 상무는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네이버, 다음, 롯데닷컴, 하나N뱅크 등이 모두 하이브리드 앱이라며 올해는 네이티브 앱이 주류를 이뤘지만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리드앱 활용 사례가 더 늘어나고 알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왜 하이브리드 앱인가

하이브리드앱이 대두된 이유는 단말기OS와 지원되는 API, 화면 크기와 부품 성능 등 하드웨어의 기계적 특성에 따른 앱 호환성 이슈 때문이다. 기존 앱 개발 방식을 고수할 경우 새로운 단말기가 나올 때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개발 작업이 필요한데 이는 급격한 개발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가능한한 적은 개발 노력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돌아가게 만들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사실 단순히 개발비용만 절약할 목적이라면 모바일 웹도 답이 될 수 있다. 단말기 특성에 따른 차이를 맞추는 대신 웹표준이라는 기준으로 한 번만 개발하고 끝내면 된다. 그러나 웹으로는 당장 유료 앱 판매 수익을 얻기 어렵고 일반 웹서비스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는 올해까지 앱 비즈니스가 성장한 근거로도 쓰였다.

이원석 모바일웹2.0 포럼 HTML5 특별그룹 의장은 올해는 네이티브 앱이 전성시대를 맞았지만 개발자와 업체들은 앱의 한계도 많이 느꼈던 해였다며 개발과 유지보수가 편리하며 기존 앱스토어를 통해 유통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앱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했다.

일반 앱을 최대한 여러 플랫폼에서 돌아가도록 만들려면 웹기술을 쓰는 것이 낫고, 평범한 웹서비스라도 더 쉽게 배포하려면 앱으로 감싼 뒤 앱스토어에 올리는 게 좋다는 얘기다. 실제로 웹기술을 주로 사용해 앱을 만들고, 필요한 API만 코딩해 각 단말기에 맞는 변환툴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여러 플랫폼에서 같은 앱을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멀티 플랫폼 이슈 때문에 상당기간동안 (하이브리드 플랫폼과 앱) 시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체들이 일반 앱과 경쟁할 수 있도록 꾸준히 성능을 높이는 중이라 내년에는 더 훌륭한 하이브리드앱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웹은 죽었다'던 크리스 앤더슨이 옳았나?

하이브리드앱 시대의 도래는 웹과 앱 사이 경계가 덜 뚜렷해짐을 보여준다. 지난 9월 웹은 죽었다, 인터넷 만세를 외쳤던 IT매거진 와이어드의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의 주장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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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앤더슨 편집장은 사람들이 PC보다 모바일기기를, 웹보다 앱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을 지적했다. 일반 웹사이트 역시 폐쇄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면 '반쯤 닫힌 플랫폼', 즉 앱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 아이튠스같은 거대 서비스가 독과점 체제의 성채를 쌓아올릴 것이라며 이는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산업화의 필연적 현상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기술적인 폐쇄성에 따른 문제를 극복하고 비즈니스모델에 적응하기 위해 웹의 개방성에 의존하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이브리드앱이 주고받는 데이터 속에는 웹 트래픽도 포함된다. 하이브리드앱이 많아지면 웹페이지를 끌어오는 데이터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당시 웹이 덜 중요해졌다는 앤더슨 편집장의 주장은 금세 반박당했다. 상대적인 웹 사용 비중이 앱에 못 미칠 뿐 절대적인 사용량은 계속 늘어왔으며, 애초에 데이터 이용량이 큰 것과 사람들이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