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올란도, 가능성 높다

2011. 2. 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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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의 첫 차 7인승 MPV 올란도를 내놨다. 엄밀히 보면 레조 후속이지만 그간 국내 7인승 MPV 시장이 위축됐다는 점에서 제조사와 소비자들이 올란도에 거는 기대가 매우 높은 게 사실이다. 이런 기대에 올란도는 과연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 판단은 소비자가 하겠지만 먼저 타본 느낌을 솔직히 얘기하자면 '만족'이다. 물론 몇몇 내장재 마감에 아쉬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주행감성 항목에서 이전 'GM대우' 브랜드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2,000㏄급 직분사 터보 디젤 엔진의 최대토크 발휘 영역도 1,750-2,750rpm으로 고르게 분포돼 성능에서는 소비자 불만도 적을 것 같다.

시승은 짧은 구간에서 진행됐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출발해 시내를 지나 도시고속도로와 고속국도, 그리고 굴곡이 적지 않은 일반국도 구간을 알맞게 섞었다. 올란도의 성격이 도심 출퇴근과 주말 레저에 모두 적합한 차종이라는 점에서 고속과 저속구간을 섞어 놓은 셈이다.

출발 전 외형을 살폈다. 차분하게 다듬어진 헤드램프와 아래를 감싸는 대형 범퍼가 역동과 차분함이 배합된 묘한 인상을 준다. 역동이 강조되는 한국과 일본의 디자인 트렌드에서 살짝 벗어나 중후함을 더한 인상이다. 여기에 그물형 2단 라디에이터 그릴이 쉐보레의 고유성을 나타낸다.

측면은 전형적인 박스 형태여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휠 하우스가 조금 돌출돼 있어 역동도 살려내려 했다. 이와 관련, 디자인을 총괄했던 김태완 부사장은 "쉐보레 디자인의 핵심은 차체를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고, 휠은 바깥으로 조금 내놓는 것(Body in, wheel out)"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뒷모습은 다부지다. 3열 공간을 한껏 늘리기 위해 박스 형태를 추구,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모습을 대형 콤비네이션 램프로 상쇄시켰다. 투박한 이미지라는 평도 있지만 듬직하다는 참석자도 적지 않았다. 또한 SUV 등의 이미지 강조를 위해 언더커버가 보이도록 설계해 강인함을 나타냈다. 시승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이 올란도를 남성적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범퍼에는 후방 주차 센서가 있어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조수석에 올랐다. 전반적인 실내의 느낌은 아늑하다. 특히 시트는 양 옆구리를 감싸는 버킷이 강조돼 흔들림이 최대한 억제된다. 운전석도 마찬가지여서 실제 굴곡진 도로를 지날 때 몸의 쏠림이 많이 제어되는 현상은 분명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수석에 앉아 수납공간을 살폈다. MPV 등을 포함한 RV에서 수납공간은 매우 중요한 요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꼼꼼히 찾아봤다. 먼저 조수석 앞 글로브박스가 있고, 좌우 도어에 물병 등이 들어갈 자리가 마련됐다. 또한 센터 콘솔 외에 센터페시어 오디오 패널 뒤 숨어 있는 공간이 배치됐다. 이른바 '감춰진 저장 공간(Hidden Storage)'이다. 지갑을 넣거나 MP3 등을 연결해 둘 수 있다. 한국지엠이 특허까지 받은 기능이라는데, 운전자로서도 활용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이다. 선글라스 케이스는 앞좌석 룸램프가 아닌, 운전석 좌측 상단에 있다. 대신 룸램프 앞 공간에는 컨버세이션 미러를 배치했다. 가족을 동반했을 때 컨버세이션 미러는 뒷좌석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품목이다. 최근 들어 SUV와 RV 등에 적극 적용되는 기능 가운데 하나다.

조수석에 앉아 승차감을 느꼈다. 단단하다. 기존 한국차의 부드러움을 떠올린다면 생각보다 단단한 데에 어색할 수 있지만 주행할 때 안정감은 체감이 가능하다. 특히 고속도로에 올라 정속주행을 하면 노면에 밀착돼 있는 듯한 주행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 조수석도 안정성은 충분히 전달된다.

중간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운전석에 올랐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 버튼을 눌렀다. 반응이 약간 느리지만 경쾌하게 걸린다. 공회전에서 소음과 진동을 체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진동과 소음에 워낙 민감하다는 점에서 시승할 때 주의 깊게 살펴보는 대목이다. 공회전 때 진동은 훌륭한 수준이다. 소음도 디젤 엔진 특유의 밸브노이즈가 있기는 하지만 안으로 밀려들지 않아 조용하다. 디젤 엔진은 시끄럽다는 편견을 꽤 많이 상쇄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티어링 휠에 볼륨 조절 장치 등 기본적인 조절 버튼이 배열돼 있다. 작동해보면 감성적인 느낌이 좋다. 버튼과 각종 레버는 형태도 중요하지만 조작할 때 손가락에 미세하게 전달되는 감촉과 돌리거나 누를 때 작동감이 중요 가치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이런 점에서 조작 감성은 잘 살려냈다. 다만 센터페시어와 계기판 등에 적용된 아이스 블루 색상은 겨울이라 조금 춥게 느껴진다. 물론 여름이라면 오히려 시원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센터페시어는 운전자 조작 편의성을 위해 기울기를 반영했다. 오른손을 뻗었을 때 모든 작동 버튼이 손에 가깝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과 방향지시등 칼럼 레버 사이의 길이는 조금 길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동승자는 작은 손이었음에도 불편함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1.7t이나 되는 중량이 크게 버겁지 않다. 사람마다 소감은 천차만별이지만 초기 응답성이 나쁘지 않다. 밟으면 밟는 대로 가속이 된다. 페달에 힘을 더 주니 시속 120㎞까지 무리 없이 치고 나간다. 급가속을 할 때는 엔진 소음이 IP 패널 안으로 약간 밀려오지만 올란도의 성격이 '가족을 위한 차'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속을 했다. 이때는 전혀 소음이 거슬리지 않는다. 풍절음도 잘 억제돼 시속 140㎞에 이르러서야 귀를 간지럽힌다. 뒷좌석에 앉아 잠자는 아이를 생각하면 진동과 소음 대책은 손색이 없다.

승차감이 단단하기에 핸들링은 그냥 세단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굴곡진 도로를 돌아 나갈 때 바깥으로 밀린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 스포츠 감성을 지닌 차는 아니어서 과격함은 배제했지만 조금 높은 속도로 회전구간을 지날 때도 굳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았다. SUV의 그것을 떠올린다면 분명 오산이다. 쉐보레 크루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철저하게 승차감은 승용을 추구했다는 설명은 시승이 끝난 뒤 들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충분히 공감하는 대목이다.

6단 변속기의 충격은 거의 없다. 덕분에 가속이 단계별로 무리 없이 이뤄진다. 특히 저속과 중속, 고속에서도 가속력이 꾸준히 발휘되는 것 같아 엔진의 최대토크 영역을 찾아봤다. 예상대로 2,000㏄급 디젤 VCDi 엔진의 36.7㎏.m이나 되는 최대토크는 1,750-2,750rpm 사이에서 고르게 발산된다. 어느 특정 숫자에서 나오는 힘보다 최근 디젤엔진은 토크의 영역확대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변속레버를 조작할 때 감성은 약간 부족하다. 거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단단한 승차감이 주는 고속의 안정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최근 가족 캠핑이 늘고 있어 2, 3열 시트의 접힘(folding)은 캠핑 때도 유용할 것 같다. 특히 SUV 특유의 좌우 흔들림(roll)을 싫어하는 여성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 세단형 승용의 승차감을 지닌 올란도는 국산 MPV에서 독자적인 소비층을 형성할 수 있다. 게다가 중형차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가격은 7인승 가족용 디젤 MPV를 기다렸던 소비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대형 미니밴은 부담스럽고, LPi 엔진은 힘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올란도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한국지엠은 올란도의 성격을 ALV로 규정했다. 활동적인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어울린다는 의미다. 특히 30-40대 가족에게 제격일 것 같다. 출퇴근에 쓰고, 주말에는 트렁크에 캠핑 장비나 접이식 자전거 등을 싣고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가족이 타깃이다. 요즘 주말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한국지엠도 올란도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올란도를 두고 사람마다 평가가 다르겠지만 주 타깃 중 하나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끌리는 매력은 분명 있다. 물론 판단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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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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