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부 엠바고 기사화' 제재는 과잉대응이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방부가 엠바고(보도유예 요청)를 깨고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 작전 실패 기사를 내보냈다는 이유로 정부 전 부처에 대해 부산일보 등 3개 언론사의 출입 금지 및 보도자료 제공 금지 등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본보에 대해선 기자실 출입정지 1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는 출입등록을 취소했다. 국무총리실 등 각 부처도 금명간 징계 수위를 결정키로 했다. 엠바고를 깼다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범정부적인 제재조치를 단행한 사례는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무후무한 일이다.

유괴사건이나 인질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피해자나 피랍자를 염려해 보도 자제의 엠바고 원칙을 지켜온 게 관행이었다. 이는 언론 스스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공기로서의 본연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성숙한 태도다. 하물며 중무장의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우리 선원들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며, 자칫 작전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엠바고가 아무리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약속일지라도 엠바고를 전제로 정보를 제공받았으면 지키는 게 도리다. 그러나 약속되지 않은 사안을 보도했다고 해서 엠바고 파기의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해부대의 1차 작전상황에 대한 엠바고는 국방부와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에 맺어진 것이다. 국방부에 출입하지 않는 본보로서는 작전내용에 대한 브리핑도 받지 못했고 엠바고 사실조차도 몰랐다. 본보의 '우리 군 3명 부상' 보도는 국방부 엠바고와는 무관한 단독취재의 결과였다. 그럼에도 국방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즉각 인터넷판 기사를 내렸다. 아직 작전이 끝나지 않아 선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스스로 결정한 조치였다. 또 국방부 측의 설명을 듣고서야 엠바고 사안임을 알았다. 따라서 본보가 엠바고를 파기했다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엠바고 대상도 아닌 언론사에 대해 정부 전 부처가 취재 제한의 징계를 가하는 것은 과도한 대응을 넘어 언론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번 제재 여하에 따라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자리매김될 것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