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 1주기..소유욕에 물든 길상사

2011. 2.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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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지 덕현 스님 돌연 사퇴

이사진과의 갈등 원인인 듯

1년 전 법정 스님의 법구가 장작불 속에서 한줌의 재로 타들어가는 순간 상좌(제자)를 대표해 '화중생련'(火中生蓮·불속에서 연꽃을 피움)을 외쳤던 덕현 스님이 주위의 욕망에 지친 듯한 글을 남기고 돌연 길상사를 떠났다. 오는 28일(음력 1월26일) 법정 스님 1주기를 1주일가량 앞둔 시점이다.

덕현 스님은 일요일인 지난 20일 짐을 챙겨 길상사를 떠나면서 누리집에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글을 올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인연을 따라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 인생들"이라며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 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고 밝혔다.

짧은 법랍에도 불구하고 선방에서 안거(여름과 겨울 3개월씩 하는 선방의 참선정진)를 8번이나 참여한 선승이던 그가 갑자기 서울로 불려와 길상사 주지를 맡은 것은 법정 스님이 암으로 와병중이던 2009년 3월이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길상사 주지를 맡아 길상사를 반석에 올려놓은 맏상좌 덕조 스님이 갑자기 주지직을 그만두면서 길상사 주위에선 법정 스님과 덕조 스님의 불화설이 터져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법정 스님이 상좌들에게 남긴 유언 가운데 '맏상좌 덕조 스님' 대목은 '자중하라는 경계성'에 가깝다. 법정 스님은 유언에서 '덕조는 맏상좌로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맏사형으로서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썼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도 덕현 스님을 2대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그동안 덕현 스님이 적지 않게 시달려 왔음을 짐작게 하는 내용이 덕현 스님의 고별 글에 포함돼 있다. 덕현 스님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그리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고충과 충심을 헤아리지 않고 그 결정과 처신을 무분별하게 비판하고 매도하는 말들, 그 뒤에 숨은 아상(我相)들이었다"며 "나는 '맑고 향기롭게'의 몇몇 임원들이나 길상사나 '맑고 향기롭게' 안팎에서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 이 무상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자각을 이룰 것이다"라고 썼다.

덕현 스님은 길상사를 떠나기 전에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장직에서도 사퇴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덕조 스님은 "어른(법정) 스님께서 (길상사) 불사 부분을 지적해 제가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하면 주지 못한다'며 주지직을 사퇴할 당시 어른 스님이 세번을 만류를 했지만 자진사퇴했다"며 "길상사를 욕심을 내거나 주지직에 연연한 적이 없이 어른 스님이 열반한 뒤 불일암과 선방에서 정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길상사 누리집 게시판엔 법정 스님의 1주기도 안 돼 그의 주위인 길상사와 '맑고 향기롭게'에서 다툼이 나온 것을 두고 탄식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간의 역사를 소유사이며, 끝없는 인간들 간 싸움의 원인과 고통이 소유욕 때문이라며 평생 무소유를 실천해온 법정 스님의 1주기 추모법회는 오는 28일 오전 11시 길상사 극락전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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