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제한 3주째…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회의

김주현 기자

“정부는 나몰라라… 20년 거래선 다 끊길 판”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 70여명은 15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통일관에서 만나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3주째 지속되는 방북 제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는 “마음을 비웠다”면서 “내년 사업계획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임시총회는 뜻하지 않은 민방위훈련 때문에 1시간 가까이 연기됐다.

<b>한숨짓는 업주들</b>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15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정부의 통행제한 해제를 요구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한숨짓는 업주들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이 15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정부의 통행제한 해제를 요구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참석자들은 물류나 공장 가동도 문제지만 방북 제한이 3주째 이어지며 국내외 거래선의 동요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의류업체 대표는 “2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보낼 물량이 있는데 현지서 ‘납기일을 맞출 수 있느냐’고 계속 전화가 온다”며 “납기일은 그럭저럭 맞춘다 해도 만약 불량이 나오면 20년 넘은 거래선이 끊길 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은 정부의 방북 제한으로 평소 700~800명에 달했던 체류인원이 절반 수준인 400명 선으로 줄었다. 운송차량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100여대에 그치고 있다. 입주업체당 1대꼴로 제한된 셈이다.

한 입주 업체 대표는 “차량 운송이 제한되면서 물류비가 오르고 체류인원이 줄어 남은 사람들의 피로감이 심하다”며 “이러다가 품질 관리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전면전 확산을 막기 위한) 인질로 잡혀 있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한 자동차부품업체의 사장은 “공단 폐쇄하고 정부서 보상금 받아 다른 데서 다시 설비 갖추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설비를 그대로 둬야 하는데 또 공장설비를 할 여력이 되는 중소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나 여당을 찾아가면 ‘참여정부가 시키는 대로 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 몰라라 한다”며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툭하면 방북 제한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책임자회의 유동옥 회장(대화연료펌프 대표)은 “고객(거래선)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개성공단 방북 제한 조치를 서둘러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정상조업 중인 데다 신변 위협이 없는데도 공단 철수 운운하는 얘기가 나온다”면서 개성공단을 둘러싼 오해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계자들은 이번 총회가 자칫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했다. 정부의 태도 변화에 공단의 생존이 달린 이상 자극적인 표현을 피하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하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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