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습지 훼손 현장

죽었다, 생명이 흐르던 강… 사라졌다, 하늘이 내린 비경

‘생명그물’과 함께 돌아본 낙동강 공사현장 ‘전후’

“강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젖줄이다. 강까지 돈으로만 보는가.”

수경 스님은 4대강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무자비한 토목공사를 “마치 살기 위해 어머니를 파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31일. 1000일간 묵언수행을 하던 문수 스님이 위천의 제방둑에서 소신공양을 했다. 스님은 “4대강 (사업) 즉각 중지 폐기하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랬을까. 스님은 왜 대처(大處)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몸을 불태웠을까. 아!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스님이 몸을 던진 그곳이 바로 낙동강의 지류인 위천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젖줄, 그리고 그 젖줄의 맥인 지천이라는 것을…. 문수 스님은 강의 본류는 물론 지류까지 무자비하게 훼손되고, 그 지천의 훼손이 다시 본류를 해치는 이른바 ‘지천의 역습’을 고발한 것이 아닌가.

[4대강 습지 훼손 현장]죽었다, 생명이 흐르던 강… 사라졌다, 하늘이 내린 비경

수경 스님이 경고하고 문수 스님이 예고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4대강 사업은 9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고발하고 지적해도 막무가내다. 공사는 오불관언, 강행되고 있다.

그래도 멈출 수 없다. 인간의 무자비한 손길로 파괴되는 그 살풍경을 부릅뜬 눈으로 지켜보고 기록하는 것을…. 경향신문은 부산의 환경단체인 ‘생명그물’과 함께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4대강 공사 현장의 ‘전과 후’를 훑어봤다.

두 스님이 옳았다. 파란 강, 푸른 물결은 사라지고 곧게 뻗은 검붉은 대형 수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물고기, 새, 풀, 나무의 안식처였던 안동 검암습지의 모래톱과 습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풍산대교에서 본 낙동강은 휑뎅그렁한 수로 그 자체였다. 여울물이 요란스레 벼랑에 부딪치며 휘돌아가는 마애습지와 망천벼리는 직선수로로 변했다. 낙동강 제1경인 경천대의 굽이쳐 흐르는 강물도 이젠 사진 속 풍경으로만 남았다. 해평습지에서는 더 이상 두루미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 수백억원을 들여 생태습지로 복원한 삼락습지는 다시 파헤쳐졌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상의 ‘수로폭 500m 확보’를 맞추기 위해서란다.

■ 굽이치던 물길 온데간데없고

경북 상주시 사별면 삼덕리 경천대. 기암절벽과 울창한 노송 숲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린다(2009년 5월30일).

경북 상주시 사별면 삼덕리 경천대. 기암절벽과 울창한 노송 숲이 굽이쳐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린다(2009년 5월30일).

그러나 지금 은빛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굽이치던 물가엔 모래둑만 두껍게 쌓였다(2011년 3월12일).

그러나 지금 은빛 모래사장은 사라지고 굽이치던 물가엔 모래둑만 두껍게 쌓였다(2011년 3월12일).

■ 물 위로 고속도로 난 듯

경북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 일대에는 넓은 모래톱과 둔치에 식물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노랑어리연꽃 군집에서부터 버드나무 군락까지 매우 상이한 식물군락이 서식하고 있었다. 낙동강 습지의 천이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2009년 6월14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검암리 일대에는 넓은 모래톱과 둔치에 식물군락이 형성돼 있었다. 노랑어리연꽃 군집에서부터 버드나무 군락까지 매우 상이한 식물군락이 서식하고 있었다. 낙동강 습지의 천이단계를 이해할 수 있는 곳이었다(2009년 6월14일).

하지만 습지는 사라지고 물 위로 고속도로가 난 듯 강은 일직선이 되고 말았다(2011년 5월22일).

하지만 습지는 사라지고 물 위로 고속도로가 난 듯 강은 일직선이 되고 말았다(2011년 5월22일).

■ 거대한 직선수로

중국의 망천(輞川)과 빼닮았고, 벼랑으로 난 길이 있다고 해서 망천벼리로 일컬어진다. 수많은 시인묵객이 마을을 감싸도는 낙동강과 절벽을 노래할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했다(2009년 10월6일).

중국의 망천(輞川)과 빼닮았고, 벼랑으로 난 길이 있다고 해서 망천벼리로 일컬어진다. 수많은 시인묵객이 마을을 감싸도는 낙동강과 절벽을 노래할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했다(2009년 10월6일).

아쉽게도 망천벼리 앞은 직선수로로 변했다(2011년 5월24일).

아쉽게도 망천벼리 앞은 직선수로로 변했다(2011년 5월24일).

■ 뭇 생명 깃들일 곳은 어디…

550억원을 들여 겨우 조성한 자연둔치가 4대강 사업으로 다시 파헤쳐졌다. 부산시는 2002년부터 4년간 무진 애를 써서 부산 사상구 삼락동 낙동강 둔치를 복원했다(2010년 4월17일).

550억원을 들여 겨우 조성한 자연둔치가 4대강 사업으로 다시 파헤쳐졌다. 부산시는 2002년부터 4년간 무진 애를 써서 부산 사상구 삼락동 낙동강 둔치를 복원했다(2010년 4월17일).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되자 다시 파헤쳐져 수변습지 50%가 사라졌다. ‘함안~부산 구간에서 강폭을 500m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2011년 3월23일).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시작되자 다시 파헤쳐져 수변습지 50%가 사라졌다. ‘함안~부산 구간에서 강폭을 500m 확보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2011년 3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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