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갈등, 불지르는 정부읽음

이용욱 기자

과학벨트·LH·신공항…지역간 ‘사생결단 경쟁’

무원칙·무능·말바꾸기…되레 갈등의 진원지로

전국이 ‘국책사업 몸살’을 앓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전 대덕에 유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탈락 지역들이 반발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앞서 결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의 진주 이전, 신공항 백지화의 여진도 ‘불복종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잇단 말바꾸기가 불신을 자초하고, 조정·설득력 부재로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정글식 ‘먹고 뺏기’ 경쟁의 후유증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과학벨트 중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이 대전 대덕에 갈 것으로 15일 언론보도가 나온 데 대해 경북과 울산, 광주와 전·남북 등 탈락 지역에선 궐기대회가 열리고 반발 여론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에선 과학기술 관련 시설과 연구인력의 집중 및 주거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했으나, 탈락지역에선 “심사과정이 불분명하다” “정략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LH의 유치경쟁에서 탈락한 전북의 반발도 계속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거부로 지난 13일 국토해양부의 국회 상임위 보고가 무산된 데 이어 14일 소집된 지방이전협의회마저 전북의 불참으로 ‘반쪽짜리’로 끝났다. LH 본사의 진주 이전은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 여진과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공항 백지화로 성난 경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LH 본사를 진주에 할당했다는 논란이다.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한가지 국책사업 갈등이 또 다른 갈등 유발로 이어진 꼴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무원칙’과 돌려막기식 정치적 결정이 국책사업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질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이던 세종시, 동남권 신공항 등에 대해 입장을 바꿈으로써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국책사업들의 막대한 예산규모와 그로 인한 고용창출 효과 등을 감안하면 지방 정부나 지역민들 입장에선 수도권·지방을 떠나 ‘따고 보자’는 식의 무조건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점에서 과학벨트 등의 입지 발표 후 정부의 국책사업 결정이 일단락돼도 지역간 갈등은 쉬 사그라지지 않고, 내년 총선·대선까지 그 갈등과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갈등의 진원지가 정부가 되고, 정부가 지역 간·직종 간 갈등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문제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 상실의 부분은 사회불신 구조를 확산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제일 정점에서부터 아노미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