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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도 1군 업체끼리 주고받기" 건설 고용시장 양극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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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13 05:59:11   폰트크기 변경      
신입은 아예 채용 않고, 2군업체에서 1군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
    “경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나”

  8월 졸업을 앞둔 K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건설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토목쪽 일자리가 ‘씨가 말랐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토목기사 자격증만 따면 되는 줄 알았는데 영어성적에 현장경력까지 따지고 드는 종합건설사 채용조건에 기가 막힌다. 설계회사로 취업하고도 싶지만 설계 쪽은 아예 신입을 뽑지 않고 있다.

 “요즘 채용 사이트 들어가면 모두 경력직만 뽑는다고 한다. 경력 5년은 기본으로 요구하니 3년차 선배들도 명함 하나 못 내민다더라. 솔직히 말해서 누가 써줘야 경력이 생기는데 신입은 안 뽑고 경력만 채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야할 지 막막하다. 경력 쌓으려고 전문건설로 취업하면 나중에 원하는 종합건설사로 이직도 안된다는 말이 많아 전문건설 가기도 망설여진다”

 또 다른 취업 준비생인 서울 소재 명문대학 졸업생 J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자리가 없으니 귀만 얇아진다.

 “최근 동기들끼리 모이면 취업 얘기 밖에 안한다. 그러다보니 업계 소식에 귀만 얇아져 이얘기, 저얘기에 하루에도 마음이 10번씩 흔들린다. 토목쪽이 워낙 불황이니까 해외를 대상으로 한 플랜트 계열 알아봐라, 이직할 때 도움 안되니 도면작성은 가지마라, 수리쪽은 지금만 반짝하는 거고 장기적으로 돈이 안된다, 전문건설 가면 이직 안된다 등등 누구 말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고, 마음만 급해진다”

 취업준비생들의 고민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건설워커나 콘잡 등 건설전문 취업포털 사이트에 들어가면 채용공고가 모두 경력직이다.

   건축 쪽에서 취업인기순위 1, 2위를 다투는 희림종합건축사무소마저 “창의적인 정신과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디자이너를 모집한다”면서 만 3년 이상의 건출설계실무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10일로 채용을 마감한 삼성엔지니어링은 해당분야별 최소 4년 이상의 경력보유자를 요구했다. 석사의 경우 2년, 신입은 박사학위자만 지원 가능하다

   그나마 삼성ENG는 경력도 해외프로젝트 수행 경험 보유자로 한정해 현직 경력직들도 지원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포스코A&C는 오랜만에 채용 공고를 냈지만 설계쪽은 전부 계약직인 상황이다. 설계사무소 10년 이상 경력자도 계약직이고, 건축설계 쪽에서 5년 이상 경력에 실무영어 능통, 중국 프로젝트 경력, 호텔설계 및 주거분야 경력, 현상 설계 등 공모설계 분야 PM 경력자를 채용하면서 이 역시 계약직이다.

 정규직은 관리부문 두 자리 뿐인데 이 역시 경영혁신분야 3년 이상, 인사 및 노무분야 5년 미만 경력자를 채용한다.

 한 마디로 ‘대단한’ 경력 없이는 웬만한 건설 및 설계사에 명함도 못 내미는 현실인 셈이다.

 # 경력직 채용 봇물? “그들만의 리그일 뿐”

 
최근 경력직 채용에 나선 건설사들을 보면 조건 까다롭기가 예년같지 않다. 영어능통에 해외 프로젝트 경험, BIM 설계 경력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 중 하나만 갖춰도 대단한데 동시에 3가지를 모두 요구하는 곳도 다수다. 특히 현장 기술직 중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드문 현실이라 전문건설에서 경력을 쌓아 종합건설사로 이직하려 했던 현장 건설인들은 시름이 깊어만 질 수 밖에 없다.

 전문건설쪽에서 유명한 A토건에서 근무 중인 P씨는 “3년 경력은 누가 쳐주지도 않는다고 해서 6년 동안 성실하게 일하며 경력을 쌓았는데 이직하려고 보니 명함도 못내밀겠다”며 “1군은 1군끼리, 2군은 2군끼리 인력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여기서 자격증 하나 더 갖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이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전문건설에서 1군 건설업체로 이직을 고려하는 건설인들은 최근의 고용시장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장실무영어실력에 BIM 설계까지 요구하는 채용조건들이 전문건설 쪽에서는 쌓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공사를 잘 하지도 않을 뿐더러 전문건설에서 BIM 설계는 한마디로 ‘꿈의 기술’인 경우가 많다. 1군 업체들은 앞다투어 BIM 기술을 개발하며 5D BIM에 6D BIM 기술까지 개발하며 보안과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현실은 전문건설 쪽에서 바라볼 때 머나 먼‘우주전쟁’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BIM, 플랜트, 고급건축 설계 경력자를 양성할 여건이 부족한 전문건설업체는 1군 업체에서 경력자를 ‘모셔오는’상황이라 좋은조건으로 2군, 전문건설업체로 이직하기 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초반부터 좋은 대학을 졸업해 1군 업체에 취업한 건설인들에게만 이직문이 열려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건설워커 유종욱 대표이사는 “사실상 현재의 건설 취업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정의하며 “1군 업체들이 최근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고들 하지만 속사정을 보면 1군 끼리 기술자들을 주고 받는 상황이어서 웬만한 2군업체, 전문건설들은 입사지원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이사는 “PF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지 않으면 건설사들이 신입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채용현실이 빈익빈 부익부 형식의 양극화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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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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