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이인규는 집으로, 피해자 김종익은 법정으로

정환보 기자

민간인 불법사찰 지휘 이인규씨 출소… 폭로한 김종익씨는 기소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으로 재직 중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휘한 이인규씨(55)가 징역 10월형을 마치고 지난 22일 출소했다. 반면 불법사찰 피해자인 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씨(57)는 검찰의 불구속기소로 조만간 법정에 서게 된다. 지난해 6월 김씨가 정부의 불법사찰을 폭로한 지 1년여 만에 두 사람은 엇갈린 운명을 맞았다.

이씨는 지난 22일 출소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충보국(盡忠報國·충성을 다해 나라의 은혜를 갚음)의 마음으로 일했을 뿐인데…”라며 김씨 등에 대한 사찰을 보고한 ‘윗선’에 대해 섭섭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감방 후임자라고 변기 옆 자리를 배정받았는데 물비린내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10개월 동안의 수형 생활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씨는 2심 선고 형량인 징역 10월을 채웠기 때문에 석방됐다. 이씨와 함께 구속된 전 지원관실 점검 1팀장 김충곤씨도 이번에 함께 나왔다. 이로써 김종익씨에 대한 불법사찰 관련자들 가운데 실무를 맡았던 전직 지원관실 사무관 원충연씨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2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원씨는 7월14일 출소한다.

이인규(왼쪽)·김종익씨

이인규(왼쪽)·김종익씨

사찰 관련 증거 인멸을 위해 ‘대포폰’과 ‘디가우저(하드디스크 영구파괴 장비)’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된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씨와 주무관 장진수씨는 2심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경찰에서 총리실에 파견됐던 점검 1팀원 권중기, 김화기씨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상고심에서 형량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두 달 후면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그러나 이들로부터 대표이사직을 빼앗기다시피하고 회사 지분 이전을 강요당해 극심한 우울증에까지 시달린 피해자 김종익씨는 난생 처음 법정에 피고인으로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배성범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회삿돈 8750만원을 은사의 병원 치료비와 산삼 구입비, 회식비·부조금 등으로 쓴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검찰이 사찰의 진짜 배후는 밝히지도 못한 채 피해자의 죄만 샅샅이 파헤쳤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김씨 측 최강욱 변호사는 최근 상황에 대해 “출소한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재판받으며 곤욕치르는 모습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고 빗댔다. 경향신문은 이인규씨와 김종익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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