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유용 5년간 2765억… 사립대 60여곳 족벌운영

정유진 기자

15개대서 개방형 이사 전무

설립 후 교육과학기술부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립대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단 이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2007년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됐지만 개방형 이사를 한 명도 뽑지 않은 대학도 고려대·이화여대·연세대 등 15곳에 달했다.

몇백억원대의 적립금을 쌓아놓고서도 해마다 등록금을 올려 받는 사학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높은 가운데, 이를 제대로 감독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8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용역으로 작성한 ‘사립대학 부정·비리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립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립대학은 4년제 대학 78개교(49.8%), 전문대 59개교(43.7%)로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적립금 규모가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도 설립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횡령·유용 5년간 2765억… 사립대 60여곳 족벌운영

사립대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내부감사는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120개 사립대의 2009년 내부감사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법인이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정부담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은 대학은 100곳에 달했지만 내부감사에서 이를 지적한 대학은 2개교에 불과했다. 또 법인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법정 기준만큼 확보하지 않은 대학도 92곳이었지만 이를 지적한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2005~2009년 교과부 감사 결과 적발된 대학 당국의 횡령 또는 유용액은 2765억원에 달했다. 사립대의 부정과 비리는 법인 이사회에 부여된 과도한 권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학교법인 예·결산 △임원(이사, 감사) 및 총장·교원 임면 △대학 경영 중요사항 의결 △정관 변경 심의·의결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나마 2004년까지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학교법인 정관준칙’을 따르도록 지도했지만, 대학자율화 조치에 따라 정관준칙도 폐지돼 이사회가 정관 변경을 통해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됐다.

특히 이사 중임 제한도 없어 가야대, 극동대 등 다수 대학에서는 설립자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이사장이나 이사를 역임하면서 대학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설립자의 직계가족이 이사장, 총장 등 요직을 맡으면서 족벌운영을 하고 있는 대학은 2010년 8월 말 현재 60여개 대학에 달했다.

2007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대학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이사회 정수 4분의 1을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한 개방이사로 채우도록 했지만, 법개정 4년이 지난 2010년 8월 현재까지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홍익대 등 15개 대학이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선임된 개방이사마저 전·현직 총장 등 법인 또는 학교 측 관계자로 채워진 경우가 13.2%였다.

현재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은 개방형 이사제 폐지, 대학평의원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재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학의 부정·비리를 더욱 양산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오히려 법인 이사회에 집중된 권한을 지금보다 더욱 분산시킬 필요가 있으며, 개방형 이사를 뽑지 않고 있는 대학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교과부는 이 같은 위법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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