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처음부터 재산 노리고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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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수법과 동기는

시신유기에 이용된것으로 추정되는 박씨 남편의 차량이 압수되어 23일 오전 부산 북부경찰서에 주차돼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실종된 대학교수 부인 박 모(50) 씨가 끝내 시신으로 발견됨에 따라 경찰은 각종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피의자인 경남 모 대학교수 강 모(52) 씨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공범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경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전에 준비된 치밀한 범죄?=현재 경찰이 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는 증거 중 하나는 박 씨의 휴대전화가 최종 꺼진 시각과 장소.

박 씨는 지난달 2일 밤 이혼소송 중이었던 남편 강 씨를 만나러 간다며 부산 북구 화명동 모 아파트를 나서 택시를 타고 오후 10시 47분께 해운대구 모 콘도 앞에 도착했다. 이후 박 씨의 휴대전화는 다음날 오전 0시 33분께 강 씨의 주거지인 북구 만덕동에서 꺼졌다. 경찰은 또 강 씨가 박 씨의 휴대전화가 꺼지기 2분 전인 31분께 동래구 온천동 만덕터널 진입로 부근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던 정황도 포착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강 씨가 박 씨를 해운대에서 만나 살해한 뒤 만덕터널을 지나 박 씨의 휴대전화를 끈 것으로 보고 있다.


"공범 추정 제3의 인물 있다" 주장
차량으로 유기… 증거 삭제 시도
"부동산 명의 변경 문의" 정황 드러나


경찰이 공개한 또 다른 증거는 지난달 14일 압수수색한 강 씨의 그랜저TG 차량에서 발견된 박 씨의 머리핀과 혈흔이다. 문제의 머리핀은 박 씨가 실종당일 강 씨를 만나러 가기 전에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강 씨의 컴퓨터 파일이 모두 삭제된 점과 '사체없는 살인' 등과 같은 검색 기록이 발견된 점도 강 씨가 이번 사건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박 씨의 유족들도 강 씨는 국내 최고대학을 졸업한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컴퓨터범죄학회 회장, 검찰의 사이버범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예로 들며 자신의 지식을 활용, 완전범죄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 단독범행이 아니다?=일각에서는 박 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것에 대해 강 씨 외에 공범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씨의 체격이 왜소한 편이지만 성인 여성을 살해한 뒤 쇠사슬로 묶고 등산용가방에 넣어 낙동강에 버리기까지의 작업을 감안한다면 강 씨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강 씨가 만덕터널을 진입하기 직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던 부분도 제3의 인물이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박 씨의 유족들도 '공범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강 씨는 박 씨와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또 경찰도 공범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의 동생(41)은 "강 씨를 도와 누나를 살해한 공범이 있는데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경찰이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재산을 노린 범행?=박 씨의 유족들은 강 씨가 애초 박 씨의 재산을 노리고 박 씨와의 재혼을 선택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족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박 씨와 재혼한 강 씨는 결혼 6개월 만에 박 씨와 공동 명의로 등기된 아파트를 단독 명의로 바꾸는 방법과 이혼조건으로 재산을 가져오는 방법 등을 법률사무소에 문의했다고 주장했다. 강 씨는 심지어 이혼 구실을 만들기 위해 박 씨의 전 남편에게도 접근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경찰 역시 강 씨가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박 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이 같은 증거와 정황을 내세운 경찰의 추궁에도 범죄 혐의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황석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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