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되면 내가 다 하겠다’는 대기업 두고만 볼 건가

GS그룹 계열사인 GS칼텍스가 최근 영세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바이오디젤 사업에 진출키로 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밥그릇 뺏기’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동식물성 원료에서 기름을 추출해 경유에 섞어 쓰는 바이오디젤의 의무혼합 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등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수급안정’을 내세워 대기업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디젤 시장은 이미 SK와 애경이 절반 가까이를 점유한 상태에서 GS에 이어 삼성도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된 기존 영세업체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디젤 산업 자체가 막대한 자본력과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대기업의 과점체제로 갈 우려가 큰데도 정부는 문제의식 없이 손놓고 있다.

대통령이 아무리 동반성장과 중소기업 보호를 외쳐봐야 ‘돈이 되면 뭐든지 한다’는 재벌의 무한 탐욕은 그칠 줄 모른다. 소상공인과 자영업 관련 27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지난주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업(MRO)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삼성·LG를 비롯한 주요 재벌의 MRO 계열사들이 사업대상을 공공기관·대학·병원 등 비계열 기업으로 급속히 넓히면서 중소상공인들의 밥그릇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재벌은 애초 ‘원가절감’을 이유로 MRO 계열사를 세운 뒤 문구·공구류 같은 소모품을 계열사 공급용으로 일괄구매했지만 우월한 구매력과 마케팅 능력을 무기로 시장을 외부로 넓혀가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10대 재벌 그룹 계열사는 21개(52.2%)가 늘었다. 정부가 ‘친기업’을 외치며 출자제한 같은 규제를 풀자 ‘문어발 확장’이 가속화한 것이다. 해외시장에 나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거나 신기술 개발을 위해 확장하기보다는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 파고들어 약자를 밀어내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 문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학원업·외식업·자동차정비 등 업종을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사업적 필요보다는 돈이 된다면 닥치는 대로 뛰어드는 식이다.

이런 재벌의 탐욕 앞에 이 대통령의 동반성장 주문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불공정 거래·편법 대물림 같은 잘못된 관행조차 확실하게 단죄하지 않은 채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총수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선의에 호소만 하는 정부를 재벌이 무서워할 리가 없다. 그러니 ‘공정사회’가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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