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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정당 돈줄 막는 ‘정치자금법의 덫’

조미덥 기자

검 ‘노조 후원금’ 수사 파장

기업체 노동조합이 정당에 후원금을 내온 관행에 검찰이 메스를 댔다. 특히 노조의 후원을 받아온 정당이 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 진보정당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이 우선적으로 수사선상에 올린 곳은 LIG손해보험 노조와 KDB생명(옛 금호생명) 노조다. 검찰은 이들 노조가 당원이 아닌 조합원에게서 모금한 돈을 한 데 모아 정당에 전달한 방식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당에 돈을 낼 수 없고, 정당은 당원이 내는 당비 외에 별도의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LIG손보 노조 등의 후원금 전달 방식은 지난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사건으로 잘 알려진 ‘쪼개기’ 수법과는 차이가 있다.

쪼개기는 전체 후원금을 소액으로 쪼개 개개인 명의로 기부하는 형태다. 검찰이 최근 수사에 들어간 한국전력 노조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이 ‘쪼개기’ 수법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한전 노조가 조합원 개인 명의로 10만원씩 쪼개 모두 13억원을 의원 110여명에게 후원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원고속 노조와 KT링커스 노조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김문수 경기지사, 국회의원들에게 거액의 불법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 20일 압수수색한 LIG손보와 KDB생명은 이런 ‘쪼개기’ 수법을 동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 정치자금법상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데, 두 노조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뭉텅이’로 후원금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처럼 불법 후원금 의혹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2006년 3월 정당 후원금 제도가 폐지돼 소수 정당이 정치자금을 모으기 어렵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 제도가 폐지되기 직전인 2005년 각 정당 명의로 모금한 후원금 액수는 모두 90억원이었다. 이 중 민노당이 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12억원, 한나라당 11억원, 민주당 3억원 등의 순이었다.

따라서 정당 후원금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는 민노당 및 민노당에서 분당한 진보신당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은 원내 의석이 많아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지만, 소수 정당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정치참여와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제약하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고발·수사의뢰에 따른 통상적 업무 수행”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자신들이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검찰은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민노당에 타격을 입힌 바 있다.

또한 선관위가 LIG손보 노조와 비슷한 방식으로 불법 후원금을 제공했다며 고발·수사의뢰한 기업 노조가 1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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