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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교회'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최근 대형교회 목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기독자유민주당' 창당설이 터져 나오면서, 다시금 교회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명 목사들의 막말, 폭언도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교회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기획 '교회 사용설명서'를 통해 교회 매매와 교회 건축, 막말 목사를 3회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먼저 용어부터 정리하자. '교회'를 '성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독교적 가르침이 아니다. '교회'라는 용어 '에클레시아'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구원 받은 백성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건물이나, 어떤 공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성전', '제사', '제물' 이런 것들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모두 예수께서 스스로 성전이 되고, 제사가 되고, 제물이 되어 폐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교회당', '예배당'이라고 간판을 달았고 그렇게 불렀다. 그러던 것을 편의에 의해 '교회'라 칭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신학과정을 거친 목사라면, 이런 내용을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의도적으로 '성전'으로 바꾸었다. '성전'이라고 하면 제사 드리는 곳이 되고, 제사에는 제물과 제사장이 존재하게 된다.

그렇게 예배는 다시 제사로, 연보(헌금)는 제물로, 목사는 제사장으로 환원된다. 예배당을 건축한다고 하면 절차와 효율성을 따지게 되니, "성전 건축"이라는 명칭을 통해 일방적 순종과 헌신을 요구한다. 물론 그에 따른 제사장으로서의 축복도 남발한다.

'건축' 환상에 빠져 '대출' 감옥에 갇힌 일부 교회

십자가.
 십자가.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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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교회에는 4만명의 교인이 모인다고 한다. 이 교회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주변에 10여 곳 이상의 건물을 임대해 사용해 왔다. 전임 목사는 불편하게 살자, 제자로 살자 강조하며 건물을 증축하지 않고 오히려 분가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후임 목사는 "많이 모이니 크게 지어야 한다. 10만 명 정도는 모여야 더 큰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교통도 좋고, 폼도 나야하니 중심부를 벗어나지 않기를 원했다. 그래서 은행에서 600억 원을 대출받아 서초동 대법원 건너편 노른자 땅을 샀다.

그렇게 시작된 "성전 건축"은 "땅밟기" 등 각종 미신적 행태들과 함께 특별 헌금 작정으로 이어졌다. 일부 반대도 있었다. 그러자 목사는 교인총회를 열어 투표를 했다. 이미 땅은 샀고 대출은 받은 상황에서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었다. 반대하는 사람은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발언권을 제지당했다. 건축은 강행되었고 현재까지 이자만 60억 원 이상이 날아갔다. 건축 및 부대비용으로 최소 3천 억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교계 일각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무난히 진행되던 건축은 특혜·편법 의혹에 부딪혔다. 고도 제한이 있던 곳이 13층 건물로 승인이 난 것도 의아했고, 2개였던 지하철 입구를 하나로 합쳐 교회 마당 앞으로 낸 것도 지적되었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공유지인 시 땅 아래로 예배당을 파들어간 것이다. 교회 측은 사용료를 냈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특정종교에 거의 영구임대한 시유지가 있는 경우는 없었다. 완전한 특혜다. 급기야 일부 시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고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A교회는 교인이 60명 정도일 때 은행 대출을 받아서 300명이 예배할 수 있는 예배당을 건축했다. 교회 명의로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교인 일부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았다. 예배당이 건축되면 교인 수가 늘 것이라 예상했지만 늘지 않았다.

헌금으로는 은행 이자도 모자랐다. 교인들이 부담을 느껴 한두 명씩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현재 교인은 절반으로 줄었다. 대출 받을 때 명의를 빌려준 교인들은 떠나지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똑똑한 아들이 물려받아 교인 수가 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한 때 서울 인근에 신도시가 개발되고, 서울에 한참 건설 붐이 일 때 A교회와 같이 교인 수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 무리를 해서 예배당을 건축한 교회들이 많이 있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대부분 성장했다. 개중에 1년에 수백 명씩 교인이 늘어난 교회가 있다는 성공신화(?)도 회자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전철을 밟은 교회들이 수도 없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대형교회의 지교회들이 엄청난 물량과 크기로 자리를 잡는데다, 자가용 시대라 더 이상 건축에 따른 수평이동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독교에 대한 반감 확산으로 인해 전도가 안 되는 것도 원인이다.

강남부자들을 위한 시골마을 최첨단 교회수양관?

J교회는 그린벨트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 건물은 축사 등 농축산 용지다. 목사 사택으로 사용하는 곳을 교회라고 등록하고,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 등 주변 건물은 가옥이나 축사 등으로 신고했다. 매주 200여 명 가량이 예배하는 이 교회는 현재 주변에 있는 농지용 토지를 어떻게 용도 변경해서 주차장 등으로 사용할까 방법을 찾는 중이다.

교회가 불법 또는 편법으로 그린벨트나 기타 건물을 점유하고 있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을 해당교회 목사나 교인들은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세상 법 보다 성경 말씀이 우선이라거나, 하나님을 위해서는 세상 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말들을 공공연히 한다. 물론 성경은 불의하지 않는 한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P수양관은 5성급 호텔 이상으로 최첨단 시설을 갖추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수양관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넓게 퍼진 논과 밭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러나 마을에서 바라본 수양관은 마치 중세 시대 성과 같다. 주변 경관과도 어울리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삶의 상황과도 어울리지 않는 수양관은 마을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강남 부자들이 그야말로 수양(?)하러 오는 그들만의 장소일 뿐이다.

교회 건물은 원래 사람이 하나님을 배우고, 만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 일종의 도구이고 매개다. 그런데 이제 도구이며 매개가 목적이 되었다. 교회 건물 자체를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하나님의 가르침을 교묘히 왜곡한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시킨다. 매개의 변증에 빠진 것이다. 예배당을 화려하게 지을수록 정작 사람들은 그 건물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되어 소외된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최고급 시설의 예배당은 오히려 삶에 지친 사람들이 교회로 오는 것을 막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일각에서는 학교나 문화센터 등 공공시설이나, 유치원, 학원, 카페 등을 예배당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물이 가지고 있는 본래적 기능이 부합되지 않으니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기도모임, 교육, 친교, 봉사 등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 그래서 다시 이를 보완하는 별도의 건물을 소유하게 되면서 오히려 유지비용이 더 들어가는 일도 발생한다.

교회를 위한 교회, 답이 아니다

내가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예배당을 공공시설화 하는 것이다.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예배당 자체를 처음부터 공공시설로 만들자는 것이다. N교회는 예배당을 지을 수 있는 재정과 충분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배당을 지을 재정과 자원으로 장애인 학교를 지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배와 종교적 활동을 공유했다.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장애인들과 어울렸고, 그들을 위해 재정과 인력을 활용했다. 예배당을 공공시설로 만든 것이다.

나는 지난 2월 인천에 작은 교회를 개척했다. 보증금 1천만 원에 월 70만 원을 주고, 40평 정도 되는 공간을 임대했다. 재정을 들여 바닥 보일러도 놓고, 주방도 만들어 1박 MT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공간에는 교회 간판을 걸지 않았다. '교육문화공간 담쟁이숲'이라는 간판을 걸고 지역사회를 위한 모임공간으로 무료로 개방했다.

그랬더니, 지역사회의 NGO, 정당모임, 학생단체 등이 주중에 공간을 사용한다. 어떤 분이 말한다. "여기서 교회도 하나봐." "여기 교회인가 봐"가 아니라 "교회도 하나봐"라는 인식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교회인 줄 알면 아무래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는 성경정신을 따라, 건물 자체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실용적으로 사용하고, 교회인 사람들이 필요할 때 공간을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교회! 하나님을 믿는 또는 믿고 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소통의 장, 그 본래적 목적의 회복을 위해 교회를 도구화하고, 사람을 도구화하는 매개의 변증에서 벗어나자.

덧붙이는 글 | 이진오 기자는 인천 더함공동체 교회 목사이자 교회2.0목회자운동 실행위원입니다.



태그:#교회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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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세나무교회 목사. '건강한작은교회동역센터' 공동대표. 저서로는 [재편-홀로 빛나는 대형교회에서 더불어 아름다운 건강한작은교회로](비아토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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