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협력사 직원 더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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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없어 뿔뿔이… 가계 빚은 늘어만 가고…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의 피해가 협력업체(하청업체)에 고스란히 떠넘겨지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퇴직 위로금이나 재취업 알선은 고사하고 퇴직금조차 제대로 못 받고 일감을 찾아 탈부산 행렬에 몸을 맡기는 형편이다. 항변할 조직도, 경제적 여력도 없는 이들을 위해 지역사회가 사회적 안전망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한진중공업에는 38개 협력 업체에 1천246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지난 2010년 2천500여 명을 넘기던 협력업체 직원 수는 '반토막'이 났다. 한진중공업이 지난 4일 조업 정상화를 선언하며 선박 추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선박 수주 후 실제 건조 작업까지는 8개월여의 기간이 걸려 협력업체 직원들의 '부산 이탈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퇴직 위로금·취업 알선 커녕
일감 '뚝'… 월급 못 받을 처지
어려움 보듬을 안전망도 없어
중소업체 일용직 떠돌이 신세



선박 도장 파트 협력업체 직원인 A(53) 씨는 지난 6월 초순 한진중공업을 떠났다. 2007년부터 영도조선소에서 일한 지 4년 6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 노사의 법적 공방 등으로 파업이 길어지면서 A 씨의 가정 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기본 근무시간 8시간, 야근 2시간을 합쳐 하루 평균 10시간을 근무해 A 씨가 받았던 평균 월급은 200만 원. 일감이 줄면서 A 씨의 월급은 지난 3월 120만 원까지 떨어졌다. 아직 갚지 못한 아파트 대출금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고3인 딸과 중3인 아들의 교육비 부담은 점점 커지면서 A 씨는 3천여만 원의 빚을 갚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다.

A 씨는 6월 하순부터 부산을 떠나 현재 통영의 한 소규모 조선소에 근무 중이다. 월 200만 원을 받고 있지만 아내와 자식과 생이별하게 된 A 씨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협력업체 사장도 마찬가지 신세다. B 업체 사무실은 요즘 한숨만 가득하다. 한진중공업에서 따낸 물량이 줄면서 지난 2010년 12월 당시 150명이 넘던 직원 수는 3월에 100명으로 줄었고, 6월에는 급기야 50명까지 줄었다. 7월 중으로 다시 30명까지 줄여야 할 판이다.

B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은커녕 월급까지 밀릴 위기라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실제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은 퇴직금을 받지 못한 채 우선 일감이 있는 통영과 사천, 목포, 울산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은 한진중공업 본사 노사에게만 쏠리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4일 오전 10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진중공업 퇴직근로자 취업지원팀을 꾸려 즉각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보다 몇 배나 더 열악하며, 숫자가 많은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B 업체 관계자는 "부산시나 상공회의소 등이 한진중공업 해고자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경제적으로 더 힘든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고려는 왜 없느냐. 부산경제를 바닥에서 지탱하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하소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희망퇴직자 290여 명에 대한 조사와 지원을 우선적으로 할 예정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지원은 그 숫자가 너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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