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틀고, 가을 옷 꺼내 입고 … 이상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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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 모(38·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22일 밤 방에 보일러를 틀었다. 한여름인데도 아침저녁으로 너무 쌀쌀해지면서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23일 아침에는 출근하는 남편에게 가을 점퍼를 꺼내 주었다.

지난 주말부터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마침 23일이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處暑)여서 벌써 가을이 온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쌀쌀한 날씨는 이번 주까지 이어지다가 주말부터 다시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북태평양고기압 영향
이른 장마 이어 기온 4~5도 낮아
명확한 원인 규명 아직 안 돼



부산지방기상청은 지난 22일의 최저 기온이 부산 19.8도, 울산 18도, 창원 19.9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의 낮 최고 기온도 24~25도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온도는 부산의 경우 예년(최고 29도, 최저 23도)에 비해 4~5도 정도 낮은 것이다. 지난주까지 최고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며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는 지난 주말부터 싹 물러갔다.

지난 20~21일 부산 지역의 최저 기온이 19.5도까지 떨어졌다. 한참 무더워야 할 8월에 최저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진 것은 꽤 드문 일이다. 비가 내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지난 2005년 이후 2008년과 2009년에 하루씩 있었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제주도 남쪽에 자리한 저기압에서 불어온 동풍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약세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기상청은 풀이한다.


한반도의 여름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단은 북태평양고기압이다. 따뜻한 북태평양 남부에서 발생하는 이 고기압은 기본적으로 성격이 덥고 습하다. 또 매우 불안정한 것도 특징이다. 그런데 이 북태평양고기압이 올해는 평소와 다르고, 그로 인해 폭우나 태양 실종, 때 이른 쌀쌀함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주의 쌀쌀한 날씨도 한반도 북쪽에서 차가운 고기압이 내려왔기 때문인데, 이는 세력 대결을 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제대로 확장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산·경남의 경우 제주도 남쪽의 저기압 영향도 받았다.

앞서 지난 6월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발달하는 바람에 장마가 평년보다 13일 일찍 시작됐다. 지난달에는 동쪽으로 치우쳐 대만 부근에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공급돼 기록적 폭우를 불렀다.

기상청 예보국 정관영 예보분석관은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과 다른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가장자리에 한반도가 위치해 궂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규명되지 않았는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남부 지방은 오는 24일까지 흐리고 비가 오겠다. 기온은 이번 주 후반이 되면 다시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는 주말부터 또 이어지겠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다음 달 초까지 한두 차례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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