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 무급인턴들 입 열다 "그들의 절망제작"

지난 3월 딴지일보에 <희망제작소인가? 절망제작소인가?> 라는 제목의 독자 투고를 통해 촉발된 희망제작소 무급인턴에 관한 논란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 글에 이어 희망제작소의 현 상임이사인 박원순 상임이사는 자신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를 통해 <저에게 돌을 던지세요.> 라는 글로 앞서 제시된 문제에 대해 반박하였다. 이러한 논쟁은 다시 딴지일보에 독자 투고에 <희망제작소는 무엇을 제작하는가?>로 재반박 되었고 4월 6일 데일리안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무급 인턴 논란 확산>으로 다시금 논란을 재조명했다.

그러나 무급인턴의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기사 및 투고에서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턴들의 생각이나 경험 및 의견은 전혀 없거나 미비한 형편이다. 기껏해야 인터넷 댓글을 통해 실제 인턴인지 여부도 확인 안하고 필명을 통해 가볍게 제시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캐릭터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캐릭터

기자 역시 희망제작소 18기 인턴을 경험하였다. 이에 본 기사에서는 실제 희망제작소에서 인턴 생활을 경험한 18기 희망제작소 인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들어보고, 희망제작소에서의 인턴 생활과 무엇을 느끼고 얻었는지, 그리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희망제작소 무급인턴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1.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왼쪽부터) 홍명근, 김동연, 홍샘, 강대일, 장한별, 윤신영, 이지혜

(왼쪽부터) 홍명근, 김동연, 홍샘, 강대일, 장한별, 윤신영, 이지혜

김동연) 저는 2010년 18기 인턴 김동연입니다. 시니어사업팀에서 일했었습니다. 경희대 NPO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다문화가정 관련 NPO단체에서 활동 중입니다.

홍샘) 제 이름은 홍샘이고 25살입니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2011년 2월 졸업했고, 현재 대학원 준비 중입니다.

강대일) 작년에 군복무를 마치고 올 해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는 25세 청년입니다.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었지만, 군 생활 동안 독서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좀 더 좋은 사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약간의 보탬이라도 되어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장한별) 2010년 하반기(18기)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 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숭실대학교 08학번 장한별이라고 합니다. 전공은 일본학입니다.

윤신영) 저는 올해 2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26살 윤신영입니다. 저도 위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2010년 희망제작소 여름 인턴으로 일했었습니다.

이지혜) 저는 현재 미국 동부에서 유학중인 24살 대학생 이지혜입니다. 재무를 전공하고 있고요.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알게 된 박원순씨의 희망제작소 사업취지에 동감하여 2010년 여름동안 인턴으로 참여하였습니다. 1004클럽이라는 희망제작소 안의 독자적 자선사업에 참여하고 18기 인턴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2. 먼저 희망제작소 인턴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에코노트 제작 회의 중인 희망제작소 18기 인턴들

에코노트 제작 회의 중인 희망제작소 18기 인턴들

홍명근) 대학생활 중 꼭 NPO 생활을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젊었을 때 아니면 NPO와 같은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보람되고 더 넓은 세상을 알고자 찾아보던 중 평소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희망제작소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윤신영) 저는 작년 여름, 학교 채용홈페이지에서 희망제작소 인턴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저는 핀란드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있었는데, 그때 만난 유럽친구들을 통해 다양한 NPO와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한국에서는 잘 몰랐던 NPO나 사회적 기업을 접하게 돼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도 그런 조직이 있나 검색해보다가 NPO인 희망제작소를 알게 되었고, 그 후로 희망제작소에서 인턴 모집을 하면 꼭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김동연) 저는 그저 원순씨의 홈페이지를 즐겨 방문하다가, 공지가 있어서 함께 해보기로 했습니다.

홍샘) 저도 거창한 것은 아니고 인턴 정보가 많은 한 웹사이트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강대일) 저 역시 트위터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 팔로잉 중 희망제작소가 있었고 당시에 특별히 몸담고 있던 곳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비영리단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인턴에 지원했습니다.

장한별) 저는 앞에 소개한 다른 인턴분들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입니다. 저희 과 교수님의 권유로 희망제작소 인턴에 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교수님 추천이 있기 전까지는 인턴이라는 것을 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고, 앞으로의 계획으로는 '뭘 더 공부해야하나',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해 볼까' 생각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학기 초, 평소 오랜 기간의 전공 수업을 통해 저를 지켜봐오셨고, 어쩌면 저보다 저를 더 잘 알고 계셨을 교수님께서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일본어가 가능한 인턴을 구하는 곳이 있는데 한번 가서 해 볼 생각 없느냐, 한 번 가서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게 어떠냐.' 며 권해 주셨습니다. 시야가 트일 수 있게 벽을 허물어 주신 느낌이었죠. 그 제안을 받고나서 희망제작소가 어떤 곳인지. 무슨 일에 제가 필요한 지 등을 알아본 후 지원하였고 18기 여름 인턴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전까지는 희망제작소는 물론 관련단체에 대해 큰 관심도, 아는 것도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지혜) 저는 우연히 지원한건 아닙니다. 평소에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는데도, 아름다운 가게는 여름방학동안 인턴을 모집할 계획이 없다고 하여 실망하고 있던 차에 인터넷으로 희망제작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항상 NPO에서 꼭 일해보고 싶었었고 여름방학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서류면접과 1:1면접을 통해 희망제작소에 지원하였습니다.

3. 무급인 것을 알고 있었나요?

인턴프로젝트 준비 중인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인턴프로젝트 준비 중인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전원 모두) 예. 알고 있었습니다.

홍샘) 애초에 공고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이지혜) 오히려 무급인데 괜찮겠냐며 몇 번이나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김동연) 저 같은 경우 면접 때 심지어 무급에 관한 미안함까지 표현하던데요?

윤신영) 물론 당연히 인턴 공고를 봤을 때부터 '무급인턴'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NPO에 대한 인지도가 아직은 미비하고 희망제작소가 100%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무급을 이해할 수 있었고, 제가 평소 관심 있던 부분에 대해서 일하면서 배울 수 있다면 2달 동안의 무급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수익과 공익을 함께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이 아니고 비영리단체입니다.

4. 무급인 것을 알면서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이죠?

인턴 회의중인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인턴 회의중인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홍명근) 저는 결코 급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지만 진정 가치 있는 경험은 천만금을 주고도 못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란 결코 취업사관학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새로움과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꿈을 꾸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생입니다. NPO 경험은 대학생이자 젊은이로서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언제든 벌 수 있지만, 대학생의 특권은 지금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저에게 새로운 창의성과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가졌던 그 뜨거웠던 시간을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저는 그 가치를 얻고자 무급에 신경 쓰지 않고 지원했었습니다.

홍샘) 저도 마지막 여름방학 때 대학생으로서 돈보다는 좋은 경험을 쌓고 싶었고, NPO에 대한 정보를 직접 얻고 싶었기 때문에 지원했었습니다.

강대일) 홍명근씨와 홍샘씨 말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당시엔 경험 그 자체가 인턴 지원에 있어서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무급이라는 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장한별) 무급인 것을 알면서도 지원한 가장 큰 이유는 전공인 일본어를 직접 업무에 사용해보고, 희망제작소를 통해 제가 무언가를 '배우러 간다.'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또 젊을 때 아니면 언제 물질적인 대가나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을 잊고 인턴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힘들어 지지 않을까요? 그런 이유로 무급임 것을 개의치 않고 지원했었습니다.

윤신영) 저의 답은 간단합니다. '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당시 희망제작소에 인턴으로 합격하기 전에 다른 회사의 인턴으로도 합격했었습니다. 그 회사는 유급이었지만, 저는 무급이어도 평소 사회혁신, NPO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 없이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관심 있었던 Social Designer's School에 관련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지혜) 물론 노동력에 상당하는 대가를 바라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학생 2학년이고 아직 사회경험이 아예 없는 20대 초반의 학생을 데려가서 업무를 가르쳐주시는 트레이닝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희망제작소에서 무급으로 일하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서류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라는 말씀도 하셨고요. MT나 회식, 인턴프로젝트 그리고 매일매일 점심값을 지원해주셨기에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무급인 것에 대하여 문제제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정팀에서 일했던 분들과 저희 모두 다 희망제작소의 재정 상태에 대하여 알고 있었고 저희가 이러한 인턴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고 결론내린 경험이 있습니다.

김동연) 저는 아예 무급인 것이 희망제작소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무급인 것을 알면서도 지원한 이유를 묻는 질문은 그래서 맞지 않습니다.

5. 희망제작소 인턴 생활은 전반적으로 어땠나요? 하루 일과와 어떤 업무를 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인턴프로젝트- 희망제작소 홍보영상의 한 장면

인턴프로젝트- 희망제작소 홍보영상의 한 장면

홍명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사를 보니 희망제작소는 무급인데도 불구하고 정규직만큼 일을 시킨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점을 비판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무급이니까 복사나 청소 같은 일만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무급인 만큼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고 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인턴이라는 제약 없이 정직원 만큼 스스로 주체가 되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외국의 사례를 찾고 번역하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 걱정했지만, 저에게 완벽한 번역보다는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한다면 그것이 희망제작소 인턴으로서의 역할이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실제로 서구 여러 나라에서 저소득층이나 지역 발전을 위해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거나 상호 Win-Win하는 방법의 사회적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짝꿍명함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실제 에코노트를 만들어 보고, 인턴 주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여러 강의를 자유롭게 들으면서 백지가 먹물을 빨아들이듯 새로움의 나날이었습니다. 저는 인턴으로 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으로 배우는 느낌이었습니다. 아! 저희 인턴들이 인턴 프로젝트로 만든 희망제작소 홍보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lolen86?Redirect=Log&logNo=40120174839&jumpingVid=30D1C858DEE6036D25524D0F6F693FB3AB4E

김동연) 웹기획과 홈페이지 제작 역량으로, 희망제작소 내부에서 인큐베이팅한 ‘시니어사회공헌사업팀 lets'와 ’희망도레미‘라는 팀의 홈페이지를 기획 제작했습니다. 비록 저의 작은 도움이었지만 큰 보람을 얻게 해주었습니다. 그 업무로 알게 된 lets와 희망도레미 선생님들을 지금도 연락하고 만나며, 깊은 인연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홍샘) 저는 교육센터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센터에서 연구원님들이 하시는 업무를 분담해서 맡았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당시 1,000개의 직업 프로그램을 준비했었습니다. 직업 리서치, 프로그램 준비, 사회적 기업 컨택, 프로그램 진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 했습니다.

강대일) 제가 속해있던 부서는 ‘회원재정센터’로 후원 회원들과 후원금을 관리하는 부서였습니다. 거기서 저는 주로 후원 회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새로 가입한 후원 회원들에게 우편물을 보냈고, 회원들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는 회의에 참여하고,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장한별) 다들 자기 업무만 말했네요. 전체적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근무시간은 보통 여느 회사와 같이 아침 9시까지 출근 해 오후 6시에 퇴근합니다. 가끔 야근도 할 수 있고요. 저도 한, 두 번 야근도 해보았습니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인턴들을 위해 준비 된 매주 다른 프로그램이 짜여 있던 점이 기억납니다, 그 시간을 통해 친목 도모도 활성화 되었고 여러 생각과 아이디어도 나눌 수 있는, 유익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제 업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 역시 홍명근씨와 같은 뿌리센터 내 커뮤니티비즈니스 연구소에서 일했습니다. 주로 '커뮤니티비즈니스 한일포럼'의 준비를 위한 초기 단계의 일을 했었습니다. 강연자 섭외를 위해 일본측 기관에 메일이나 전화로 연락을 한고, 웹을 통해 강연자나 정보 사례수집 등의 일이었습니다. 4주의 걸친 '커뮤니티비즈니스 연속세미나'와 '울산고용포럼'에서 서기, 내용정리, 사진촬영, 당일 현장 보조 등을 거들었고, 그 외에 시간에는 커뮤니티비즈니스가 매우 발달되어있는 일본의 사례와 커뮤니티비즈니스 관련 일본서적, 매뉴얼 등을 번역하는 일을 했습니다. 여태까지 접해 왔던 기업들의 영리목적 사업과는 많이 다른, 그렇다고 해서 자원봉사나 사회복지 같은 영역도 아닌, '이런 일들을 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는 일들로 가득 찬 두 달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취업해서 '일'을 한다는 게 꼭 '돈',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하는 원초적인 생각부터 말이죠.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하나 더 발견한 기분이랄까요?

윤신영) 저 같은 경우 희망제작소 사회혁신센터 부서에서 운영하는 Social Designer's School (SDS) 업무를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평소 사회 혁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주 한 번씩 사회혁신에 대해 강연을 하고 관련 워크숍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제가 인턴업무를 시작했을 때 이미 강연자 섭외 및 교육기획이 거의 끝난 상태였고, 저는 바로 교육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매주 월요일에 있는 교육에 참가하여 연구원님들의 업무를 돕고 그 외에는 SDS 진행 준비를 하였습니다. 업무에 강도는 다양했습니다. 작게는 교육생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일부터, 온라인 카페 관리 등 크게는 연구원님들과 함께 회의하면서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을 진행할지에 관한 것 등 SDS 전반에 관련한 업무를 도와드렸습니다. 제작소에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연구원님들께 직접적으로 업무 전반에 관한 것을 배울 수 있었고 희망제작소 내, 외부 사람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저 역시 사회혁신에 관련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매 주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통해 저 역시 사회혁신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지혜) 저는 희망제작소 1004클럽의 회원관리를 맡아서 했고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리서치 업무를 통해서 해외의 자선사업 펀드레이징의 사례를 조사하기도 했고요, 효율적인 회원관리와 재무관리에 대하여 공부하는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직원회의에도 참여하였고, 인턴프로젝트를 통해 희망제작소가 하는 일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6. 희망제작소 인턴 생활을 평가한다면 어땠나요? 무급으로 일할만큼 가치가 있나요?

희망제작소 3층 벽. 우리시대 희망 찾기

희망제작소 3층 벽. 우리시대 희망 찾기

김동연) 재미, 보람, 배움이 넘쳤습니다. 함께 하는 인턴들, 나눔에 기본 가치를 둔 젊은이들끼리 있어서 의기투합이 쉬웠고, 그 마음으로 늘 즐겁게 대화하고 밥 먹고 일하고 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었죠.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 지원 했고, 그 분야에서 실질적 결과를 만들어 갔었기 때문에 보람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배움이 제일 컸지요. 희망제작소에서의 시간은 모든 게 배움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계단, 사무실, 화장실, 강당 등등 공간 모두를 통해 사업을 안내하고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메이저 위치에 있는 비영리단체인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을 나타나는 결과물 외에 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까지 직접 볼 수 있었지요. 인턴들에게는 모든 것이 오픈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영리단체에 꿈이 있는 젊은이, 아니 이미 활동하는 분들이라도 이곳에서 인턴을 꼭 해보라고 제안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장한별) 저 역시 앞서 말한 김동연씨 말처럼 정말, 정말 즐거웠습니다. 일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 희망제작소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이제 와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턴, 더군다나 아무것도 모르는 저 같은 초짜 인턴이 하는 일에도 연구원님들이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일 하는 기간 내내 참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인턴까지 포함해 서로의 호칭이 '~선생님'입니다.) 인턴 동기들과는 물론이고 (제작소로 치면 연구원님들 같은)상사와도 스스럼없이 웃으며 점심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인턴 생활이 다른 회사에서는 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던 일도 기억납니다. 무엇보다 뜻이 있는 회원님들이 보내주신 성금과, 관심을 가지시고 여러 부분에서 많은 도움들로 하나의 '회사'가 운영되고 굴러간다는 것, 또 그 회사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기하고 따뜻했습니다.

홍샘)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무엇보다 제 인생의 시각과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은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맡은 업무가 새로운 직업을 리서치하고 직업군을 분류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회사 아닌 ‘회사’인 희망제작소에서 평범하지 않은 어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함께 등산을 가고 한 달에 한 번 생일 맞은 사람들을 다 같이 축하해주고 도시락을 싸와서 함께 점심을 먹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의 직장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인턴들끼리도 너무 친해져서 제 인생의 또 다른 자산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물론 월급을 받거나 돈을 더 많이 받았다면 나쁠 것은 없지만, 돈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충분히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여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홍명근) 왜 기준을 단순히 무급인지 유급인지로 보는지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20대의 최고의 경험으로 주저 없이 희망제작소의 경험을 뽑을 수 있습니다. 대학생활 강의실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배움을 희망제작소에서 배웠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청년들을 위해 일하는데 정작 청년들을 무급으로 인턴 시킨다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저는 거꾸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배움과 경험을 얻었다면 돈이 그렇게 중요한지 말입니다. 오히려 희망제작소를 경험하지도 않은 이들이 돈만 보는 편향된 시각으로 왈가왈부하는 사실이 참 화도 나고 어이없습니다.

윤신영) 저의 생활신조 중 하나는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임하고 배우자입니다. 그래서 사실 앞에 분들과는 다르게 희망제작소에서의 인턴 생활을 평가한다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 진 모르겠습니다. 희망제작소 인턴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했던 것은 유급이냐 무급이냐가 아니었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가? 에 대한 질문을 자신에게 많이 던졌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YES이었기 때문에 제작소 인턴을 잘 마쳤고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인턴 사이에서도 무급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15명 대부분의 인턴 참여 목적이 ‘돈’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급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5명의 업무 강도가 모두 달랐고, 인턴 참여하기 전에 가졌던 기대에 못 미쳤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희망제작소가 사전에 좀 더 구체적인 업무 설명이나, 운영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혹시 희망제작소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사전에 충분히 자신이 진짜 일하기를 원하는 가, 왜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강대일) 저는 오히려 무급이었기에 더욱 편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급료를 받고 일했다면 저에게 더욱 많은 것들을 요구할 수 있었을 테고, 저 또한 압박받는 상황 속에서의 인턴 생활을 즐길 수 없었을 겁니다. 마음 편한 상황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기에 무급이라는 업무 조건이 가진 장점을 오히려 조금은 얌체같이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지혜)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할 만큼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기수는 저희들끼리 공유하는 사고와 경험이 많았고 희망제작소의 인턴을 끝내고 돌아갈 때는 정말 코끝이 찡해질 만큼 정도 많이 들었었습니다. 원순씨가 한 달에 한 번씩 해주셨던 김치찌개나 파스타 같은 음식들, 생일파티, 회식, 그리고 우석훈 박사님 같은 유명인사와 함께했던 작은 강연까지…… 무급으로 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었고, 더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기에 한 번도 돈이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꼭 만나서 저희가 희망제작소에서 가졌던 경험들과 교훈을 재조명하고 있는 저희에게 희망제작소가 점심값만으로 여름인턴을 고용했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논란이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7.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희망제작소 무급인턴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순씨와의 대화

원순씨와의 대화

이지혜) 열심히 일하고 돈보다는 가치를 찾으려 애쓰는 순수한 20대의 열정을 멍청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 착취당하는 것이라 정의해버리는 글을 보며 몰이해의 끝을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작 그 곳에서 일했던 인턴들이 만족하고, 감사하는 인턴 경험을 “돈을 안 준다더라.” 하는 하나의 사실로 비난한다는 게 맞는 건지, 희망제작소에 와서 일하고 있는 인턴을 “단 한명”이라도 인터뷰해보지 않고, 인턴생활을 단 한 시간이라도 경험해보지 않고, 우리가 흘렸던 땀방울을 하나의 시선으로 단정 지어버리는 것이 정당한 시선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그 인턴 자리를 잡기 위해 어떨 때는 10:1의 경쟁을 뚫으면서까지 들어오는 우리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으로 몇 글자 적은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보는 메이저 웹사이트 메인에 올라오는 기사를 쓰신 기자 분은 정말 제대로 리서치를 하시고, 저희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기분으로 일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알고 쓰신 건지 궁금합니다.

김동연) 말 장난스럽습니다. 점잔 떠는 악플러로 봅니다. ‘인턴’이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로 오버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했던 500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을 ‘스펙’을 구걸하는 바보 멍청이로 묘사해버리는 폭력을 저지르고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꽤 불쾌했거든요.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무급’, ‘유급’에 포커스하고 있는데, 저는 그게 희망제작소 인턴 결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희망제작소가 무급 인턴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단체이냐, 아니냐. 라는 논란이 더 정상일 듯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다.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은 ‘돈’, ‘물질’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의 논리에 익숙해진 사람들인데요.

홍명근) 이지혜씨나 김동연씨 말처럼 저 역시 무급인턴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딴지일보에 투고된 글에 반박하자면, 첫째. 희망제작소가 가진 인턴이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반박 할 수 있습니다. 인턴하면서 복사만하고 잡일만 할 거면 무엇을 배울 수 있었겠습니까? 둘째 그 소수가 행복할지 안 행복할지 인터넷 댓글 하나 보고 알 수 있는가 입니다. 정작 희망제작소를 경험한 우리들이 행복하게 보낸 시간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의문입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1,000개의 직업을 보며 우리는 세상에 공무원과 취직이 끝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 무엇보다 이번 논란을 보며 이 나라에 살고 있는 20대는 무슨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오직 취직만은 위해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나라 20대는 자신의 의지나, 뜻도 없이 오직 스펙에 구걸하는 거지로 보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취직이나 스펙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가치를 결코 제 자신의 꿈과 목표에 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유급임에도 가치 없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하고 싶어 선택한 희망제작소에서 일했고 스스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시간을 보내보지도 못한 다른 사람 입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장한별) 저는 이러한 논란이 이는 것을 이해는 합니다. 아직 NPO, 싱크탱크와 같은 개념이 잘 인식 되지 않은 한국에서 희망제작소가 그만큼 이 사회에 영향력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작소의 작은 것 하나하나가 앞으로 속속 생겨날 크고 작은 관련 단체들의 앞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논란이 한 번은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편중되지 않은 판단을 하고 문제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으며, 그 중 다른 누구의 생각보다도 직접 그곳에서 인턴을 한 저희들의 의견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란 기사를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우선 저희 인턴들의 생각은 듣지도, 묻지도, 알려고도 않고 죄다 스펙에 눈이 멀어 할 수 없이 무급으로라도 노동력을 갖다 바친 젊은이라고 가정해버리고 논리를 전개해 가는 그 분들의 사고방식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화가 나더군요.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내 경험과 의도를 그렇게 멋대로 왜곡할 수도 있다니. 참 모욕적이고 짜증났습니다. 인턴 생활 내내 일이 많아서 힘든 일은 있었어도, 저 한번도 '억지로', '못내' 한 적 없었거든요. 하지만 이내 안타까워지더군요. 어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도 사물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하는' 걸까요. 또한 노동의 대가가 꼭 '돈' 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에 긍정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에 또 한 번 안타까웠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영리 목적의 '기업'이 아닙니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 어린 것 압니다. 때문에 아직은 돈보다 다른 것에서 가치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찌들 때 찌들더라도 아직은 더 가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 믿고 싶고요. 그리고 희망제작소에서 그 실마리를 발견한 것으로 인턴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또 그곳으로 부터 많이 배우고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논란 기사를 보고 생각하시기전에 인턴들의 의견도 들어주십시오. 왜 당사자인 그들이 그동안 문제없이 계속되어 올 수 있었을까. 대가를 받지 못하는데도 왜 그들은 가만히 있을까. 하는 것부터 들어 주십시오. 멋대로 짐작하는 것 말고요. 이것 없이는 생산적인 논쟁이 되지 못하고 결국 정치싸움, 말싸움으로 끝나버릴 것입니다.

홍샘) ‘희망제작소’란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일반 기업과 NPO 사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는 ‘인턴’ 또한 일반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턴으로 보기도 힘들고, NPO나 자선단체에서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로도 보기 힘듭니다. 그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는 게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란이 되는 게 이 희망제작소 ‘인턴’을 일반 기업에서 채용하는 ‘인턴’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인턴’을 무급으로 쓴다면 그것은 착취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희망제작소의 경우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좀 다릅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훈련 받고, 경험하기로 신청하고 미리 ‘무급’이라는 조건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작소에서 일할 때에도 정말 기대했던 것처럼 훈련 받고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물론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워크 캠프와 같은 경우를 보면 제 돈 내고 가서 고생하고 힘든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워크 캠프처럼 이곳에서의 인턴경험도 그처럼 행복하고 재밌었던 일, 또는 힘들고 고생했던 일이 모두 모여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업무 측면에서 본다면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거나 착취당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돈을 주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낀 적은 없습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불만을 표출하거나 중간에 그만 둘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있고요.

강대일) 저는 앞에 분들과는 다르게 제작소의 무급 인턴 논란 속에서 논쟁의 핀트와 어긋난 한 가지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매년 수 억, 수 조원의 이익을 내는 큰 기업들은 과연 그 성과를 일궈낸 직원들에게 온전히 돌려주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직장이란 굴레에 묶여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잊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전해 듣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노동 착취란 단어가 입에 잘 붙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돈을 좀 더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노동 착취 문제는 ‘돈을 적게 버는 사람들’에만 한정되고, 자신의 인간성을 잃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문제를 보는 사람이 노동을 오직 수입과 결부시키기 때문입니다. 인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체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다고 생각합니다.

윤신영) 희망제작소는 이익을 내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이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과 기업도 엄연히 같은 목표를 가진 조직은 아니지만 ‘이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은 같습니다. 하지만, 희망제작소는 비영리단체로써 외적 동기보다는 내적 동기가 크신 분들이 사회를 좀 더 좋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조직입니다. 이 조직에서 일하기 전, 앞으로 많은 조직이 비영리, 영리, 기업, 사회적 기업 등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대안적인 조직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배우고자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제가 희망제작소에서 일을 해보지 않고 '인턴-무급' 이 두 단어만을 봤다면 아마 저라도 비판했을 것입니다. 저도 어디까지나 노동의 가치는 중요하며 그 노동의 대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돈'이 아니었을 뿐, 저는 그보다 더 많은 가치와 지식을 얻었고, 그랬기 때문에 단순히 저 두 단어만으로 비난을 받는 희망제작소에 안타까움도 많이 느낍니다. 스펙을 쌓고 돈을 벌고 싶다면, 기업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의 목적은 스펙과 돈이 아니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과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었기 때문에 희망제작소에서 무급으로 행복하게 인턴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논란을 계기로 평소에 희망제작소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이 희망제작소를 ‘인턴에게 무급으로 일하라면서 희망을 제작하는 곳?’이라고 단정 짓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제작소라는 곳이 대안적으로 사회에 지침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비판이 희망제작소에게 독이 아닌 득이 되길 바랍니다. 좀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희망제작소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무급 문제에 대한 논란의 해결을 어떻게 풀 것인지, 인턴이라고 명명하는 것과 운영을 어떻게 해 나갈 것 인지에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8.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없나요?

홍샘) 지금도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생각을 하면 웃음이 번지고 행복합니다. 그만큼 저에게는 소중했던 추억이고, 제 인생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돈으로 그것을 환산한다는 것은 지극히 경제 논리에 의거한 것이겠지만, 제가 경험한 것을 환산해보자면 제가 받아야 할 돈보다는 오히려 돈을 내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후원자의 소중한 한 푼 한 푼을 알뜰살뜰 쓰고 있는 희망제작소가 인턴들을 공짜로 부려먹고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할 리 만무합니다. 부디 이번 논란이 잘 해결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많은 청년, 청소년들이 이런 좋은 기업에서 저처럼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김동연) 하고 싶은 일이기에, 재미가 있어서 그저 좋았는데, 젊은 한 때 2개월쯤 돈에 개의치 않고 좋은 일 한번 해보겠다고 달려들어 봤는데, 모욕당한 기분입니다.

홍명근)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사회단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급으로 자신의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단체 중 유독 희망제작소만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시대 청년들이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청년들을 무급으로 일한다고 불쌍하게 취급하기 이전에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조금 더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 생각합니다.

강대일) 제가 봤을 때 논란을 일으킨 몇 개의 글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가령 제작소가 정상적으로 소화해내기 벅찬 일들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점, 그로 인해 사회의 희망을 만든다는 곳에서조차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은 저로 하여금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제작소가 많은 일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TV속 소녀들의 엉덩이 춤이나, 가정파탄 이야기가 아닌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짓과 이야기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다면 제작소는 굳이 많은 업무를 끌어안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할 일이 없어지고 희망제작소가 필요 없어지는 날을 꿈꾼다는 원순씨의 바람에 저 또한 공감합니다.

장한별) 저는 그저 안 그래도 어려운 희망제작소에 제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윤신영) 처음 외국여행을 했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놀라움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저를 행동하게 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의 짧은 2개월은 그런 경험과도 같습니다. 새로운 정보와 지식, 놀라운 생각들과 아이디어,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누구의 조언을, 충고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오늘도 희망합니다.

이지혜) 홍샘씨 의견에 매우 공감이 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 여름방학마다 여러 가지 인턴을 해보았고, 주위 아이들을 과외하며 대학생의 신분으로는 벅차게 보일 수 있는 돈을 벌어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직업도 희망제작소에서 배웠던 가치와 사회에 대한 사랑만큼의 교훈을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 일한 후로는 어느 누가 물어봐도 가장 뜻 깊었던 인턴활동은 희망제작소라고 말합니다. 사회적 기업은 창출된 모든 이윤을 사회를 위하여 씁니다. 희망제작소를 운영하시는 박원순씨 조차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시고 시신기증까지 약속하신 분이라 알고 있습니다. 삶의 자세, 사회에 대한 바른 태도를 가르쳐주시며 인턴 한명 한명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신 희망제작소 선생님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 그리고 이런 논란에 대하여 일찍 종결짓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물의 한 단면만 보고 나머지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 잘못을 이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은 범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곳에서 일했던 저희들에게는 가장 아름답고 보람찼던 두 달이었으니까요.

기사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희망제작소 무급인턴 논란에 대해 실제 희망제작소 인턴을 경험한 7명의 인턴을 중심으로 논란을 다루어 보았다.

기존의 논란이 된 기사들은 정작 당사자인 희망제작소 인턴들의 의견이 없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단답 형식이거나 출처가 불분명하고 책임성이 떨어지는 인터넷 댓글을 기사에 적용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정치적 색깔이 들어간 글도 많았다. 하지만 이 기사는 실제 인턴들을 대상으로 하였고, 모두 실명을 사용하였으며, 심층적인 인터뷰로 통해 무급인턴 논란을 취재하였다. 이들 7명의 내린 결론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같았다. 7명 모두 희망제작소를 옹호했으며, 무급이기 이전에 자신들이 얻은 경험의 소중함과 배움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방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방

취재를 마친 홍명근의 생각
처음인턴을 하러 왔을 때

원순씨가 원순씨 방안의 작은 문을 열었다
다른 방이 아닌 거울이 나왔다.

우리에게 이것이 무엇인거 같으냐고 물어보셨다.
원순씨는 그것은 희망이라고 말씀하셨다
.
.
.
두 달이 지나고, 인턴을 수료하고 나니 알겠다.

내가 바로 희망이더라.

마지막으로 쓰인 글은 희망제작소 인턴을 수료한 한 인턴생의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88만원세대니, 20대 개새끼론이니, 높은 청년 실업률이니,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는 이 시대의 각박함 속에 절박함을 느끼는 젊은이 입에서 희망제작소 인턴을 통해 자기 스스로 희망이라고 자부하게 된 한 청년의 글을 읽으면서 이래도 과연 사람들은 무급이냐, 유급이냐 논란으로 희망제작소를 비판할 수 있을까?


홍명근/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인턴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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