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욱(55) 전 피죤 사장이 지난 5일 밤 11시45분께 서울 삼성동의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괴한 2명에게 피습당했다. 이 전 사장은 얼굴과 가슴, 팔 등에 전치 3주 이상의 부상을 입었다.
이 전 사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아파트로 들어가던 중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괴한 2명이 갑자기 얼굴을 때린 뒤 넘어뜨렸다”며 “내가 넘어진 뒤에도 가슴팍을 발로 차고 바닥에 얼굴을 수차례 짖이기는 등 폭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또 “비명을 지르고 정신을 잃었다 깨 응급실로 이동했다”며 “아직도 얼굴에 깊은 상처가 남았고, 숨 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욱 전 사장은 폭행의 배경에 피죤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피습을 당한 1시간여 뒤 이 전사장과 함께 피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김아무개 전 상무가 협박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전 상무는 “새벽 1시께 한 남성이 집으로 걸어와 ‘이은욱 당한거 알고 있느냐? 빨리 합의해라. 당신에게 가족도 있지 않느냐?’고 겁박했다”고 밝혔다. 또 “전화를 바로 끊고 이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협박 내용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피죤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계속된 언론 보도와 취재도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 전 사장은 “<한겨레21> 등의 언론이 피죤 이윤재 회장의 직원 폭행 의혹과 비자금 조성, 부자간 갈등 등을 계속해서 보도했고 최근에는 한 방송국도 피죤과 관련해 취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보도와 취재를 막아 소송을 끝내려고 하는 피죤의 소행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장과 김 전 상무는 피죤으로부터 해임당한 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및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또 다른 이아무개 상무도 따로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직 임원들이 피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폭력을 동원한 협박으로 소송을 끝내고, 이를 근거로 ‘소송이 끝났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언론 취재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피죤 쪽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피죤 관계자는 “분명히 피죤이 사주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처음 듣는 얘기라서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은욱 전 사장은 국내 생활용품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2월 피죤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취임 기간 동안 월매출을 2월 46억원에서 5월 90억원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같은 성과에도 창업자인 이윤재(77) 회장은 지난 6월 이 전 사장을 취임 4개월만에 전격 해임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전 사장의 폭행 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강남서 관계자는 “어젯밤 신고를 받고 강력팀에서 수사 중”이라며 “괴한들이 아파트 입구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폭행을 한 것으로 보여 도로나 공중전화박스에 설치된 CCTV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피죤 전 사장 피습…전 상무는 협박전화 받아
한밤 귀가도중 괴한 2명에 폭행당해
“빨리 합의해라…가족도 있지 않느냐”
이정훈기자
- 수정 2011-09-06 14:02
- 등록 2011-09-06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