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시론] 건설엔지니어링의 위상을 높이자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11-08-08 24:00:00   폰트크기 변경      

건설엔지니어링의 위상을 높이자

 김진숙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

   과거 활발한 건설경기에 힘입어 인기를 끌었던 건축, 토목 등 건설관련 학과는 현재 입시 시장에서 인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 단순히 성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건설관련 전공자이자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이 건축, 토목과를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그런데 건설 분야 내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오래전부터 벌어지고 있다. 건설관련 전공 대학생의 취업 선호도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취업 희망 1순위는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이고, 2순위는 대형 시공업체 그리고 3순위가 설계, 감리 등 엔지니어링 업체다. 공공이 주도하는 부분이 많은 건설업 특성상 공공에 대한 취업 선호도가 높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해도 시공업체와 엔지니어링 업체에 대한 선호도가 분명하게 갈리는 것은 건설 분야의 균형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구직자가 엔지니어링 업체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엔지니어링의 위상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턴키 수주 과정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건설회사와 설계회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체계를 갖춰 입찰에 참가하고, 사업을 추진하지만 실제로는 설계회사가 건설회사의 하청업체처럼 일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가 시공업계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2009년 시공업체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4.3%인 데 비해 엔지니어링 업체는 0.4%에 불과하다. 또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시공부분은 81%이지만 타당성 분석은 75%, 설계가 77%로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기술역량이 핵심인 엔지니어링업의 특성상 낮은 기술력은 성장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해 대다수의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는 영세적인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선진 엔지니어링 업체의 상황은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 대형 프로젝트의 FEED(Front-End Engineering and Design),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ancy) 등 고부가가치 영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안방에서 벌어졌던 대형사업 중 핵심 업무도 외국 엔지니어링 업체에 넘어간 사례가 많다. 미국의 벡텔(Bechtel)사는 인천공항의 기본설계와 경부고속철도 사업관리를 수행했고, 영국의 에이멕(Amec)사와 핼크로(Halcrow)사는 각각 인천대교의 프로젝트 관리와 개념설계를 맡았다.

 정부는 건설엔지니어링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칸막이식 업역을 통합하고 단순화하고자 건설엔지니어링 업역 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설계 대가도 높일 필요가 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발표한 ‘엔지니어링산업 발전방안’에 따르면 2012년까지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기준’은 물론 ‘정부예산편성지침’상 요율까지 현실화할 계획이다. 또 입찰제도를 가격보다 품질과 기술 중심으로 전환해 업체의 경영환경 개선과 기술력 향상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업체의 자발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최근 해외 진출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영세한 엔지니어링 업체는 수동적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적극적으로 길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업무에서는 좀더 프로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기본도면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하청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고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넘겨 공사과정에서 설계변경이 일어나는 일이 잦다. 여기에는 가격 위주의 입찰제도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업체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영에 있어서는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을 모색하는 방안도 있다.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한 학교와 엔지니어의 노력도 절실하다. 교육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습득함은 물론 엔지니어링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선배 엔지니어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 후배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최근 건설엔지니어링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산ㆍ학ㆍ정ㆍ관이 합심해 발족한 글로벌인프라포럼이 앞으로 이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최고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는 바로 고급 설계 기술과 프로젝트 관리 기술 등 엔지니어링이 튼튼하게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국내 한 조선설계 회사가 벌크선 6척에 대한 설계 기술을 260만달러에 일본에 수출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국내 건설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엔지니어링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치에 서야 한다. 이제 해외시장에서 시공뿐 아니라 설계ㆍ분석ㆍ관리하는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국내와 해외에서 높은 위상을 갖고 세계 각국 대형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 영역에서 우리 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