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경찰 물대포도 '1만 명 의지' 못 꺾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역서 영도까지 행진, 밤새우며 문화제 행사

10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2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행진을 막는 경찰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병집 기자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9일 오후 7시 부산역. 비옷을 걸치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희망버스'라는 플랜카드를 내건 버스들이 부산역 앞 도로에 하나둘씩 도착하자 부산역 광장은 이내 사람들로 가득찼다.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가 시작되자 폭우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수, 비보이 들의 흥겨운 문화공연을 지켜봤다. 오후 9시30분께 행사가 끝날 무렵 부산역은 전국에서 모인 여러 단체들의 깃발과 1만여 명의 인파로 빼곡히 들어찼다.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장대비 속에서 1만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부산역을 떠나 한진중공업이 있는 부산 영도로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는 왕복 10차선 중 중앙동 방향 5개 차로를 점거하고 영도대교를 거쳐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방향으로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일제히 '정리해고 철회하라'를 외치며 1시간 30여 분 동안 행진했다. 오후 11시 10분께 시위대는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길목인 영도구 봉래교차로에 도착했다. 



경찰은 1만여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한진중공업으로 진입할 경우의 불상사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한진중공업에서 1㎞ 가량 떨어진 봉래교차로에서 93개 중대 병력과 차벽, 살수차를 동원해 왕복 7차로와 인도를 원천 봉쇄했다. 오후 11시 30분께 인도를 뚫으려는 참가자들과 경찰 간의 밀고 당기는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최루액 스프레이를 이용해 시위대의 격렬한 공격에 대응했다. 얼굴과 팔 등에 최루액을 맞은 집회 참가자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생수로 얼굴을 씻어냈다.

10일 오전 2시 40분께 시위대의 저항이 계속되자 경찰은 6~7 차례의 해산 경고 방송을 한 뒤 시위대를 향해 두 대의 살수차를 동원해 최루액을 분사했다.

경찰의 갑작스런 반격에 놀란 집회 참가자들과 주최 측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는 방송차량도 남겨둔 채 50여 m가량 후퇴했다. 경찰은 이 날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 50여 명을 연행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리해고 철회하라', '조남호를 처벌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격렬한 몸싸움이 오전 4시께부터 소강 국면에 접어들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도로 위에서 노숙하거나 음악 연주, 노래 공연 등이 포함된 '밤샘 문화제'를 이어갔다.

오전 7시께 주최 측은 '김 지도위원을 향한 행진과 연행자 즉각 석방'을 경찰에 요구했다. 오후 3시께 경찰은 '대표자 30여 명만 크레인 아래로의 진출을 허용한다'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주최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185대 버스 대표들은 긴급 회의를 열어 경찰의 협상안을 거절하며 대신 '3차 희망버스'를 열기로 결의했다.

10일 오후 4시께 시위대가 각자 타고 온 버스를 타고 부산을 빠져나가면서 '2차 희망버스' 행사는 끝이 났다. 김한수 기자

동영상 취재·편집=김백상 기자·김상훈  vj·박정욱 대학생 인턴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