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예술가들이 행한 크고 작은 에고 트립을 소환하고 그 성패를 평가하는 책이다. 기성 예술가들의 지긋지긋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나 황당할 정도로 심대한 자아의 연원을 추적함으로써, 언제 어떻게 어째서 그 지경이 됐는지 알아보는 책이고, 빈약한 자아를 소유한 젊은이들에겐 자아 확장의 다양한 방도를 제시함으로써, 선량한 인간의 삶이냐 극악한 이무기의 삶이냐, 하는 흑백의 선택을 강요하는 책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술 작품을 작가의 자아가 외현한 결과 또는 작가의 자아를 대리하는 결과로 바라봄으로써, 기존의 작품 해석이 포착하지 못하는 즉물적 욕망의 차원을 가시화하는 책이고, 예술적 자아가 어떻게 작품 생산을 통해 영생을 추구하는지, 혹은 어떻게 이 세상을 내세로 탈바꿈시키는지를 폭로하는 책이다.
책머리에
제1장 가출
제2장 선지자 노릇
제3장 생과 사를 넘나들기
제4장 벗은 남자의 양물 과시
제5장 벗은 여자의 음문 과시
제6장 몸 부리기
제7장 절정의 순간에 그만두기
제8장 잡기술 상: 체중 조절에서 일기까지
제9장 잡기술 하: 디바 행세에서 낙서까지
제10장 정체성 놀이
제11장 (만방에 과시하는) 사랑
제12장 역사 희롱
제13장 자기 풍자
도판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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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키아, 오노 요코, 박이소, 백남준, 엘리자베스 테일러,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성공한 예술가들의 인생을 물고, 뜯고, 집요하게 파헤쳐 얻어낸 13가지 에고 트립의 기술
예술가들은 왜 강하고, 자유로워 보일까? 세속의 눈으로 보자면 괴기스럽기까지 한 이들의 행위는 왜 예술로 불리는가? 또한 이들의 이런 성향은 타고나는 것일까,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만들어진다면 어떤 습관이나 경험을 통해서인가?
“성공한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아(自我, ego)의 크기가 몰지각하게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되곤 한다. ‘슈퍼 사이즈 에고(super size ego)’에도 등급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보통 크기의 자아를 지닌 채 위대한 예술가가 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역사에 이름을 새긴 예술가들은 모두 커다란 자아를 타고났을까? 대체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심대한 자아를 타고났다 해도, 그것을 기막히게 발현시켜 대중에 공인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유명 예술가들의 커리어를 훑어보면, 누구나 (본인과 대중 모두를 향한) 크고 작은 ‘에고 트립(ego trip)’을 수차례 시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술가들의 커다란 자아는 분명 타고난 것이지만, 이들이 ‘생긴 대로’ 살았다면 거장의 반열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 미술의 총아로 칭송받는 그래피티 예술가 장미셸 바스키아는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아무나 성공하기 힘든 ‘가출’로 자신의 자아를 확장했고, 선지자를 모방해 자신의 능력을 확장했던 오노 요코는 노년의 삶을 희화화하는 작품을 선보이거나 외출 시 미청년을 양 옆에 대동하는 등, 자기 풍자와 습관화된 일상의 에고 트립을 병행하고 있다.
이 밖에 몸을 그리기의 도구로 삼았던 잭슨 폴록은 일명 ‘뿌리기’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전후 미국현대미술의 승리를 표상하는 대화가로 등극했고, 자신의 전성기에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체스 선수로 변신한 마르셀 뒤샹은 예술가적 담대함의 전형을 제시하며 고난이도의 에고 트립과 방법을 과시했다. 이 밖에도 ‘체중 조절’에서 ‘일기 쓰기’, ‘디바 행세’에서 ‘낙서’라는 잡다한 기술로 자아를 강화해낸 예술가들과, 다양한 남성 편력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갱신해낸 알마 말러의 ‘사랑’의 에고 트립, 진짜 그림을 모사하여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버린 장다첸의 ‘역사 조작’ 등 예술가들이 행한 크고 작은 에고 트립을 소환하고 그 성패를 평가하며 예술가 그 자신이 ‘예술’이 되어버린 풍경을 해설한다.
“자, 우리 모두 한번 자문해보자.
나는 대체 자아의 확장을 위해 무엇을 했나?”
저자는 13가지 비범한 에고 트립을 통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예술 그 자체’가 되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는 자아의 확장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비범함을 타고나지는 못했더라도 비범하게 자신을 갈고닦는 에고 트립을 통해 비범한 인물로서 세상에 이름을 떨칠 수 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 입증한다.
예술가들의 에고 트립은, 그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과 대면한 증거인 동시에, 돌이켜볼 때 그들이 선량한 ‘인간’의 삶을 살았는지 아니면 극악한 ‘이무기’의 삶을 살았는지를 가늠하고 평가하게 만드는 하는 표징이 되기도 하다. 이처럼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은 미술 안내서를 넘어 삶의 행간을 읽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지침서’로 손에 꼽힐 법하다. 독자로 하여금 자아의 차원에서 제 삶을 반추하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다양한 자아 확장의 방도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은 ‘기존의 자기계발서를 풍자하는, 신랄하고 통쾌한 메타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편집자는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세상이 달리 뵈기 시작한다!”고 증언하는 바이다.)
“청춘에 가짜 꿈과 가짜 희망을 제시하기보다는,
X 같은 세상에 맞설 ‘독기’를 북돋워주고 싶었습니다.”
다음은 지은이의 말이다. “《예술가처럼 자아를 확장하는 법》을 쓰기 시작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젊은이들을 주눅 들게 만드는 이 시대가 몹시 불쾌했기 때문입니다. 청춘에 가짜 꿈과 가짜 희망을 제시하기보다는, X같은 세상에 맞설 ‘독기’를 북돋워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 ‘독기’를 부리는 여러 가지 방법도 가르쳐주고 싶었죠. [...] 청년 시절 저 자신이 바로 사회통념상 ‘낙오자’에 불과했습니다. 돈도 한 푼 없고, 이렇다 할 배경도 없었죠. 1995년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시작했을 때가 절정이었습니다. 대학 교수회의에선 제적을 논의했고, 운동권 선·후배들조차 연락을 끊었어요. 이듬해부터 하드코어풍의 퍼포먼스를 벌이니 미술을 전공한 동문들도 모른 척합디다. 동성애자임을 세상에 공표한 뒤로는, 클라이언트가 크게 줄어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기 어려웠어요. “그 따위로 살면 한국사회에서 매장을 당한다”는 경고를 숱하게 들었습니다. 험한 꼴도 참 많이 당했죠. 하지만, 결국 전 이렇게 보란 듯 살아남았습니다. 생존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사회의 일면을 바꿔놓았죠. 돌이켜보면, 기성사회의 억압만큼 내게 큰 힘을 준 에너지원이 없어요. 때와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모든 큰 위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엔 그러한 생존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그것도, 역사에 이름을 아로새긴 거장과 걸물들의 노하우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