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유독 여성 직장인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역시, 나라를 지키는 건 여성입니다.”
“와~~”
8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 매일같이 열리는 ‘한미FTA 저지 촛불집회’를 진행하던 김동규 한미FTA저지 범국민본부 교육선전실장이 말했다. 김 실장은 “자리를 메운 분들의 약 3분의 1 정도가 여성 직장인”이라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언제나 여성들이 앞장서는 것 같다”며 참석한 여성들을 추켜세웠다.
실제로 이날 밤 여의도 거리에는 미니스커트와 레깅스 차림을 한 여성,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 투피스를 갖춰입은 여성 등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보석장식이 박힌 분홍색 트위드 자켓을 입고 현장에 서 있던 유혜경(26)씨는 촛불집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유씨는 “한미 FTA가 통과됐을 때 의료 민영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이 매우 걱정된다. 정부에서는 다 ‘괴담’이라고 하지만 미국에 있는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실제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했다”며 “너무 많은 것을 미국에게 넘겨준, 미국에게 유리한 불평등 조약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국회의원들에게 위임했는데 제대로 못하니까 직접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유씨는 서울로 출장을 왔다가 다시 대전으로 내려가기 전 짬을 내 집회 현장에 들렀다.

꽃무늬 치마를 입은 김아무개(29)씨는 “한미 FTA 독소조항 12가지를 읽어봤는데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해 투자자국가 소송제 등이 매우 심각한 듯 보였는데 방송 뉴스에서는 이를 거의 다루지 않아 걱정”이라며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이를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모르는 것 같아 국민의 뜻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회사는 강남이다. 강서구 화곡동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여의도에 들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