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 토론회가 발제자 불참으로 중단되는 망신을 당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스마트 미디어시대의 지역방송 역할과 방송심의’였는데 2세션의 발제를 맡기로 했던 충남대 이승선 교수가 참석하지 않아 10분 만에 토론이 중단됐다. 사회를 맡은 김영기 전남대 교수도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한 주최 측을 비난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 임연희 인터넷방송국 취재팀장 |
이 교수는 이날 ‘지역방송 심의의 특성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방통심의위의 최근 심의를 지적하는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주최 측의 요구에 항의표시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이 교수에 이어 자리를 뜬 김 교수도 “다른 학회에서 이미 언급한 내용을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는 처사로 논문삭제를 지시한 방통심의위는 언론학회에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구다. 방송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위원회가 정치적 이유로 학자의 논문까지 심의하려들다니 어처구니없다. 방통심의위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트위터 계정자체를 차단해 이미 검열기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검찰이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구속하고 법원이 100일이 지난 후 석방한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날카로운 필력을 자랑하던 네티즌들이 사라진 것에서 우리는 이미 표현자유 억압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봤다. 이승선 교수의 '토론회 펑크'는 학문의 자유와 표현 자유를 수호하려는 학자의 몸짓이다. 학자가 말과 글이 아니라 몸부림으로 저항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다.
표현의 자유란 그런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은 반드시 먹어야하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 하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침 한번 꼴깍 삼키며 참아버리기 쉽다. 이런 이유로 우리 헌법 가운데 유일하게 표현의 자유영역에서만 위축효과(chilling effect)만 발생시키는 법도 위헌판정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국회의원을 집단 모욕했다고 개그맨을 고소하고 현직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여당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변칙처리를 비판했다고 사퇴하라고 아우성인 세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표현자유 보호가 선진국 가운데 최악임을 실감할 수 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쥐 그림 대학강사 기소, 박원순 시장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표현자유 위축사례는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이런 표현자유 침해가 이명박 정부 뿐 아니라 대전시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시 산하 기관장 인사에 대해 염홍철 대전시장을 비판한 언론사 기자에게 시장의 한 측근이 "대전에서 살면서 현직시장과 불편하게 지내서 좋을 게 뭐 있느냐? 기자가 손해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점잖게 충고’했다는 소문이다.
또 대전시는 염 시장을 비판하는 '대전판 나꼼수'를 제작하려는 인터넷신문에 대해 영상을 게재하면 시청 내부 모든 컴퓨터에 해당 사이트를 차단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단다. 이 말들이 사실이라면 표현의 자유 침해를 넘어 억압 수준이다. 비판적 언론과 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주민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속셈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조만간 염 시장을 공식 방문해 대전시와 염 시장의 언론통제와 표현자유 침해문제를 따질 계획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지역 학자가 표현자유를 억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에 보낸 '표현자유를 위한 저항의 메시지'가 기폭제가 되어 언론과 기자, 주민들이 말하고 싶은 자유를 침해받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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