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통보 대신 "아픔 이해" 이메일 위로

2011. 11. 13. 18: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사이드 Story - 기업 인사팀은 '거절의 기술' 고민 중"자질 좋은데 인연 안 닿아"…문구 고심일부 기업, 전화조차 안 해 입사 지원자 원성

신입사원 채용업무를 맡고 있는 신상진 STX 인력개발실장(50)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로 꼽힌다. 채용 전형에서 떨어진 지원자들에게 마음을 담아 '불운'을 통보해온 일이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다. 그는 탈락자들에게 정성스럽게 쓴 메일을 보내고 페이스북으로도 소통한다. "대학 입학과 취업,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게 요즘 세태인 것 같아,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메일에 탈락한 지원자들도 "살아 있는 경험과 시련을 극복해 나가기 위한 조언,진정 어린 격려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절박한 입사 지원자들에게 '거절'을 통보하는 일은 기업 입장에서도 한없이 조심스럽다.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주는 불합격 통보 방식과 문구를 고심하는 이유다. 성의 없는 통보나 무례한 탈락 통보 문구는 취업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퍼진다.

이를 통해 미래 고객이 될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거절의 기술'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불합격'이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한 지원자들을 위해 GS그룹과 코오롱그룹은 결정이 되면 휴대폰 문자로 '합격자 발표가 났다'고 간단히 통보한다. 불합격 사실은 응시자들이 자신의 수험 번호를 입력하면 확인할 수 있는 회사 채용 홈페이지에 올린다. GS는 '좋은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대단히 죄송합니다'로 시작한다. 코오롱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습니다'를 띄운다.

GS그룹 관계자는 "지원에 감사하고 건승을 기원한다는 문구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문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합격자와 불합격자에게 각각 다른 문자를 보낸다. 역시 불합격이나 탈락이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 합격자들에게는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해 주세요',불합격자에게는 '합격자 발표가 났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자를 보낸다. '축하'라는 말 없이 그저 확인해보라고만 한다면 불합격이란 얘기다.

SK그룹 관계자는 "불합격 통보 메일엔 '자질과 역량은 높게 평가됐으나 채용 규모가 적어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을 반드시 넣는다"며 "지원자들도 잠재 고객인 만큼 최대한 마음을 배려하고 기분 상하지 않게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A 기업은 불합격자에겐 아예 별도 연락을 하지 않아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다. 한 지원자는 "○○그룹은 떨어지면 전화도 메일도 안 온다"며 "하루종일 안절부절못하고 연락을 기다리는데,탈락한 사람에게는 통보의 예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면접장에서 '예의'가 없는 기업 사례들도 종종 취업 커뮤니티에서 도마에 오른다. 입사 지원자에게 고압적이거나 반말을 쓰고 여성 응시자에게 횡설수설하는 등 면접장에서 벌어진 일들이 화제가 되고는 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입사 지원자들을 면접할 때는 내가 면접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복장은 물론 질문까지 미리 꼼꼼히 준비한다"며 "면접장에서 일부 응시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화 내용을 녹취한다는 얘기까지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

▶ [한경데스크] '꿀벌의 우화'에서 배워라

▶ 롯데백-고졸 신입사원 면접

▶ 덤앤더머스, 대학생 인턴사원 모집

▶ 10월 취업자 50만1천명 증가…실업률 2.9%

▶ 윤종용 "스펙 한 두개 쌓으려고 인생낭비 말라"

< 성공을 부르는 습관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